박근혜 ‘대세론’·문재인 ‘조기 등판론’… 낙선자들 ‘빨간불’
올 12월 대선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의 운명이 4·11 총선에서 갈렸다. 새누리당에선 선거 승리를 이끈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격전지에서 생환한 정몽준 이재오 의원이 한숨을 돌렸다. 민주통합당에선 문재인 상임고문과 정세균 의원의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낙선한 정동영 천정배 의원의 앞길엔 적신호가 켜졌다.
먼저 박근혜 위원장은 여권 내 대세론을 굳혔다. 그는 ‘17대 탄핵정국의 121석만 얻어도 성공’이란 평을 들을 만큼 위기에 처했던 당에 구원투수로 등판, 과반 확보라는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MB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선 그는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치른 선거에서 승리해 미래권력으로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수도권과 젊은층에서의 영향력이 저조한 점이 최대 과제로 재확인됐다.
같은 당 정몽준 이재오 의원은 당이 패한 서울에서 지역구 수성에 성공,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지켜냈다. 하지만 여권에서 박 위원장의 그늘이 더 짙어짐에 따라 비박근혜 진영을 규합해 세를 키워야 하는 부담도 더 커졌다.
민주당에선 문재인 고문이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당선되면서 대선 고지에 한 발짝 다가섰다. 문 고문은 ‘낙동강 벨트’ 승리 견인에는 실패해 ‘대망론’에 다소간 타격을 받게 됐지만, 민주당이 전체적으로 예상 외의 부진한 성적을 거둬 조기 등판 요구를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같은 당 소속으로 ‘정치1번지’ 서울 종로를 점령한 정세균 의원 역시 대권 도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정 의원은 잠룡이면서도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왔지만 이번 승리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적지 출마로 승부수를 띄웠던 정동영 천정배 의원은 고배를 마셨다. 18대 대선에서 패한 뒤 권토중래해온 정 의원은 대선 재도전에 비상등이 켜졌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패배에 이어 원내 재입성에 실패한 천 의원은 대선 고지에서 사실상 멀어지게 됐다.
한편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지사, 민주당의 손학규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각각 측근들 다수가 낙선하면서 원내 지원군 확보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