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블랙리스트제…공단말기 판매 자율화
#직장인 A씨는 삼성모바일숍에서 갤럭시S3 공기계를 구입했다. 약정이라면 지긋지긋한 A씨는 작년 말 SK텔레콤에서 개통한 베가LTE를 이용하고 있었던 유심을 갤럭시S 3에 꼽아 사용할 참이다. 그런데 웬걸, A씨의 유심은 갤럭시S3에 맞지 않는다.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SK텔레콤 대리점을 찾아 9900원을 지불하고 새 유심을 구입해야했다. A씨는 헛돈을 쓴 것 같은 생각에 씁쓸했다.
유심은 가입자 개인정보(이름, 휴대전화번호, 가입요금제 정보 등)이 담겨 있는 작은 칩을 말한다. 5월부터는 이동통신사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은 공단말기도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기 때문에 유심만 있으면 휴대전화를 마음껏 바꿔 쓸 수 있는 신풍속도가 그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실제 벌어질 상황은 약간 다르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별로 유심크기와 기능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새 단말기를 구입하더라도 기존에 쓰던 유심을 바로 꼽아 이용하기는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사간 유심이동(유심잠금해제) 제한은 2008년부터 7월부터 풀렸지만 실질적인 의미의 유심이동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휴대전화자급제가 시행되더라도 당분간은 유심 하나만 가지고 다양한 종류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현재 유심이동으로 새 단말기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우선 유심의 크기와 해당 단말기에 유심이 들어가는 공간이 일치하는 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유심은 10여종이나 크기에 따라 크게 ‘일반유심’과 더 작은 ‘마이크로유심’으로 나뉜다. 일반유심이 들어가는 단말기에는 마이크로유심을 꼽을 수 없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최근 트렌드는 마이크로유심으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애플이 아이폰4에 처음으로 마이크로유심을 도입한 이래 삼성, LG 등 국내 휴대전화제조사들도 마이크로유심을 채택하는 추세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갤럭시S2 LTE 등 LTE 스마트폰부터 마이크로 유심을 사용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옵티머스뷰에 처음으로 마이크로 유심을 장착했다. 현재 팬택은 LTE폰에도 일반유심을 적용하고 있지만 향후 출시하는 단말기에는 마이크로 유심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가입자정보를 담고 있는 특성상 타인의 유심을 재사용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만약 A씨가 친구가 사용하지 않는 마이크로유심을 받았다고 해도 여기에 자신의 유심정보를 옮겨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통통신사 관계자는 “유심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소유한 유심이 아닌 경우 재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말기 유통체계 혁신과 유심이동 자율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공기계 구매가 쉬워져도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개통절차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기존의 이동통신3사가 요금제와 단말기를 묶어파는 관행을 바꿀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선불요금제가 활성화되있고 유심이동이 자유로운 유럽의 경우 후불요금제에 수반되는 단말기나 약정기간과 관련된 장벽이 낮은 것으로 볼때 우리나라에서도 요금제와 단말기가 분리되면 유심이동으로 인한 요금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유심(USIM)이란 가입자 식별장치로 3세대(3G) 이상 이동통신단말기에 삽입되는 칩이다. 보안이 우수한 IC칩을 사용해 복제가 불가능하고 비밀번호 설정을 하면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에도 타인이 사용할 수 없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