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맥] 시공 뛰어넘은 인간관계‘진실한 교감’이 없다고?

입력 2012-04-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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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게임·앱으로 친구 만들어…인터넷으로도 정신적 교감 가능

“게임친구 100명 현실친구 0명” 지난해 말 한 일간지 기사의 제목이다. ‘온라인을 통해 만든 인간관계는 나쁘다’는 시각을 담고 있다. 비단 이 기사뿐이 아니다. 여태까지는 온라인 인맥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해왔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의존증과 조울증을 수반하는 등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이다. 많은 사람이 청소년들이 진짜 사회를 잃어간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같은 시각은 상당부분 편견일 수 있다. 기능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SNS, 게임, 스마트폰 등이 현대인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점점 커지면서 과거 면대면으로 형성되던 인간관계를 대체해 가고 있다. 부정적으로만 알려진 것과 달리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긍정적 기능도 많다.

온라인을 통해 형성한 인간관계가 실생활에 도움이 된 사례는 많다. 페이스북 친구가 밥을 먹여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해외로 취업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얼굴을 보며 알게 된 인맥으로는 불가능했을 수 있는 일이다. 게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실제 친구보다 더 친해질 수도 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애인이나 반려자를 만난 사례도 있다.

곳곳에서 아이들이 놀이터보다 컴퓨터 앞에 열중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알게 된 친구’와 ‘게임에서 알게 된 친구’에 차이를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 놀이터에서 알게 된 친구도 얼마든지 나쁜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를 속여 돈을 뺏을 수도 있고 진실한 교감 없이 형식적인 친구에 머무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간관계에서 경로보다는 그 관계가 삶에 기여하는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회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행위를 ‘바라는 관계적 지향점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관계, 신뢰, 좋아함 등을 포함하는 행동과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학술적 정의에 따르면 온라인 인간관계와 현실에서의 인간관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인터넷 덕분에 인간관계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퓨리서치 센터의 2010년 연구 결과를 보면 인터넷 사용자의 55%가 ‘가족을 제외하고라도 개인적으로 중요한일을 논의할 친구나 파트너가 있다’고 답했다. 같은 대답을 한 응답자의 전체 평균이 45%였던 것을 감안하면 인터넷 사용자들이 더 풍부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SNS를 이용하는 인터넷 사용자 61%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중요한 일을 상의할 수 있는 파트너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블로그를 이용하는 인터넷 사용자 95%는 다른 인종의 친구나 파트너와도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퓨리서치 센터는 연구에서 인터넷 및 정보 기기가 인간관계를 소원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인터넷 동호회 카페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같은 동호회 회원도 실제로 만나지 않으면 신뢰하기 힘들다”라는 물음에 대해 57.3%가 반대했다.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만으로도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것. 설문 응답자의 56.5%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에게 현실과 동일한 신뢰를 가진다”고 답했다.

이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인간관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기성세대의 편견이 반영된 ‘일종의 문화지체’로 봤다. 그는 온라인 인맥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40대 또는 50대의 경우 온라인 공간은 ‘업무를 위해 습득해야 하는 새로운 기술환경’이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쓰면서 자라난 30세 이전 세대의 환경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서적인 교감을 하고 고민을 얘기하면서 공감도 하고 위로를 느낄 수 있다면 사회학자의 시각에서 이 둘 사이를 굳이 구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온라인을 통한 인간관계가 기존의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는 심리적으로나 물질·경제적으로 부담이 뒤따르고 제약도 많은 반면에 온라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여태껏 인터넷은 ‘현실도피 매체’ 정도로만 비춰졌다. 그러나 단지 사회관계망에서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변했을 수도 있다. 이제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온라인 공간은 공동체 활동을 하는 중요한 장이 됐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전자파가 나온다고 해서 당장 사용을 중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관계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이제 온라인 인맥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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