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스팩 가운데 합병에 성공한 것은 3개...주가도 공모가 밑돌아
지난 2010년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를 활성화 시키는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제도를 시행한지 올해로 3년째다. 당시 금융당국은 스팩이 도입되면 투자자들에겐 M&A 시장에 참여하는 기회를 열어주고, 우량 비상장업체는 쉽게 자금을 조달하게 할수 있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증시에 상장된 22개 스팩 중 현재까지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단 두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스팩들은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의 계획은 용두사미 격이 된 셈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일 상장한 ‘대우증권그린코리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상장된 스팩은 총 22개에 달한다. 초기엔 1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주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합병에 성공한 스팩 3개(이트레이드1호스팩, 에이치엠씨제1호스팩, 신영1호스팩)와 승인을 받은 스팩을 제외한 전 종목의 주가가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특히 주가가 최고점일 때 매수한 투자자라면 손실 폭은 더욱 크다.
합병에 성공한 스팩도 3개에 불과할 정도로 합병 추진 속도도 더디다. 현대증권스팩1호와 교보KTB스팩이 합병 승인을 얻고 준비하고 있지만 합병 완료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상 스팩이 설립된지 2년6개월 이내에 합병 공시를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거래가 정지된다는 것이다.
이에 설립일이 2010년 3월인 대우, 미래, 동양스팩은 각각 9월 3일, 9월 12일, 9월 26일까지 합병을 공시하지 못하면 사실상 퇴출이 확정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이 합병계약 후 상장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 같은 규정이 있다"면서 "특히 2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팩의 문제에 대해 수요예측에 실패한 것이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스팩이 M&A라는 이슈로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고 실제로 공모가가 2~3배에 달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라며 “하지만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를 제대로 못 받으면서까지 스팩과 합병하려는 기업은 없었고 금융당국의 잘못된 수요예측이 불필요한 규제를 낳은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