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집권당이 재선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수립해 경기가 선거일에 즈음하여 호황을 이루고 선거 후에는 침체되는 순환을 보이는 것이 바로 정치적 경기순환(political business cycle)이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적 경기순환을 선거에 활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도 경기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1987년 말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 당시의 3저(낮은 금리, 낮은 유가, 낮은 달러가치) 호황에 감사해야 한다. 반대로 1997년 말의 김대중 후보와 2007년 말의 이명박 후보는 ‘외환위기’와 ‘불경기’의 덕을 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달콤한 호황(boom, 붐) 뒤에는 고통스런 거품붕괴(burst, 버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88올림픽’의 후유증을 만회하기 위해 ‘주택200만호’ 건설이라는 대규모 건설산업 부양책에 손을 댔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길거리 카드발급’과 ‘부동산 규제완화’의 유혹에 넘어갔다. 인위적 경기부양에 따른 후유증은 후임 대통령들에게 큰 짐이었다.
선거에서 세금은 인기가 없다. 선거를 앞두고 기존 세금을 올리거나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면 대부분 지고 말았다. 지난 1977년 7월 박정희 정부는 부가가치세(13%)를 신설했다가, 1978년 12월 총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당시 유신 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공화당의 득표율은 31.7%로서 야당이던 신민당의 득표율 32.8%에도 못 미쳤다. 1980년 4월 부가세는 10%로 인하되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근절하고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아보겠다고 2004년 말 재산세를 실거래 과세하고 2주택자의 양도세를 올리고, 종합부동산세를 신설(9억 이상 주택)했다. 그래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불안하자, 2005년 말에 종부세(6억 이상 주택)와 양도세(2주택 이상 양도세 중과)를 한층 더 강화해버렸다. 그 후 실시된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불로소득 근절이라는 좋은 취지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렸지만, 그 대가로 권력을 내줘야만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