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전환

입력 2012-03-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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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곤 파수닷컴 대표이사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열기가 대단하다. 미국의 대표 IT기업들은 클라우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벤처투자가·창업자들도 클라우드 사업과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일본 역시 정부가 앞장선 가운데 기업들도 클라우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 시대로의 전환과정에서 앞서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빈번한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시급한 문제로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반해 한국의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은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만큼 차분하다. 1990년대 클라이언트 컴퓨팅, 2000년대 인터넷 열풍이 불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클라우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IT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유연성, 경제성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술의 변화 임과 동시에 IT 서비스 사업모델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는 1900년대초 각 공장들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던 것에서 전력회사의 설립과 함께 송전선에 연결만 하면 언제든 원하는 만큼 전기를 쓸 수 있게 되었던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국내 IT산업구조를 보면 클라우드로 전환이 쉽지 않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들까지 IT 자회사들이 그룹 내의 정보시스템의 개발, 구축, 운영을 독점하고 있다. 그룹마다 발전소가 따로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더라도 고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수 없는 이유다.

이같은 산업구조는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됐지만 해소기미는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다. 더욱이 클라우드 시대가 본격화되면 단순히 소프트웨어·IT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우리나라 전 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IT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 시대에, 편리하고 유연하며 저렴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기업과, 자신들의 IT 자회사에만 의존하고 있는 회사의 경쟁력을 비교한다면 많은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내 IT산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기업 계열 IT회사들은 1980년대부터 설립됐지만, 이는 결국 국내 IT산업 구조를 왜곡시키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어왔다.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쓸 소프트웨어는 내가 만들겠다고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골라 쓰는 것이 훨씬 이롭고 경제적이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쓰지 못하면서, 내 시스템의 운영을 외부에 맡기지 못하면서 클라우드라는 사업모델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클라우드를 또 다른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간의 소프트웨어·IT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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