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치인은 봄이 오는걸 알까

입력 2012-03-20 10:25수정 2012-03-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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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스포츠문화부장

봄이 저만치 손끝에 걸려 있다.

올듯 말듯 망설이면서도 봄은 ‘시냇물이 흐른다/재잘거리는 새떼/반짝이는 호수/푸른별은 햇볕속에서 잠이 들었다’(3월의 노래-윌리엄 워즈워스). 대지가 푸르르기전에 우리는 이미 봄기운을 느끼고 있다.

봄은 때로 소리로 온다. ‘먼산을 넘나들던 종다리 종종거리며/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나른한 봄기운에/봄소식 알리고 삐비-종 삐비-종/여기저기 정겨운 노래소리 퍼저간다’(봄이오는 소리-강봉환)

그런데 사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봄이 오지만 우리는 잘 모른다. 아니, 마음으로 느껴 볼 여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짬이 없다. 늘 뭔가에 쫓겨 살기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달뜨면 귀가하는 샐러리맨들은 더욱 더 그럴터.

그래서 어떤 시인은 ‘봄이 오고야 나는 나의 봄을 생각한다/나는 봄이었는가/바람부는 날에도/눈보라 머리 풀어헤치던 날에도’(나는 봄이었는가-윤광석)라고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도시민은 봄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서울 하늘이 많이 좋아지긴했지만 아직도 출퇴근시간에 차장을 열면 한꺼번에 밀려오는 아황산가스로 인한 메스꺼운 냄새, 비온 뒤의 청명한 날을 빼놓고는 매연으로 오염된 뿌연 대기. 무엇하나 도시민이 느끼기에 맑은 것이 별로 없다. 가슴이 확 뚫리는 청량감이 없다. 무엇인가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져 풀리지 않는 그무엇과 같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이런 혼탁한 것은 대기뿐 아니다.

혼란스러운 정치판은 더욱 그렇다. 총선전쟁의 불이 붙어있으니 그럴수 밖에. 앞다투어 지켜지지 않을 약속들은 연일 쏟아진다. 온통 경제를 살리고 민생챙기다. 언제부턴가 여야가 약속이라도 한 듯 대기업을 난타하고 있다. 마치 재벌을 쳐부수면 가진거 별로 없는 소시민이 갑자기 부자가 될 것처럼. 그런데 그런 꿈 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바야흐로 언어유희(言語遊戱)가 시작된 것이다. 주말에 집에 있어보라. 열두번도 전화를 더 받는다. 선거 여론조사란다. 평소에는 단 한번도 연락이 없던 후보자 선거사무실 사람들이 했던 말 또 하면서 전화질을 해댄다. 친절하게 대꾸하면 마지막 멘트는 지네편 찍어 달라는 얘기다. 여론조사보다 여당, 야당 표심잡기가 목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저렇게 전화하는 비용 내가 낸 세금으로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을까.

말 갖고 장난질치는 정치인들에게 ‘…들판에 시새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는 신경림 시인의 ‘봄의 노래’가 어울리기나 할까. 인용해놓고 보니 시(詩)가 아깝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시는 아름다운 봄노래다.

사실 봄을 느끼러 멀리 갈곳도 없다. 도심속 남산에 올라도 되고, 북한산을 타도 된다. 좀더 확실한 봄내음을 맡으려면 버스를 타고 한시간 이상만 나가보라. 산천이 널려 있다. 굳이 산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논두렁길이나 밭길만 걸어도 봄은 코끝에 물씬 풍겨 온다. 그것은 때로 새색시 셀레임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도시생활에 지친 샐러리맨들, 하루쯤 봄을 찾으며 야외로 나들이해 보자. 가족이나 연인이나 벗들과 함께.

정치판에 눈이 팔려 봄이 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 아니 그렇게 한가한 시간이 어디있느냐고 항변하는 예비후보들, 산야(山野)를 찾아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한번쯤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어떨가 싶다.

잘 생긴 개그맨의 우스개 소리 “아니, 아니되오. 그들이 봄나들이 나서면 그곳이 오염되기 때문이오.”

시인 이해인은 ‘하얀 눈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삶의 온갖 아픔속에서/내마음엔 조금씩/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구나’라고 노래하고 있다. 봄은 생각처럼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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