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car]수입차, 살 땐 '왕'인데 수리 맡기면 '봉'

입력 2012-03-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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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늘었지만 AS센터는 태부족…중대결함에도 신차교환·환불 어려워

◇수입차, 환불·신차교환 제도…그 속내는?= 새로 산 물건이 망가졌을 경우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수단은 신품으로의 교환 요구다. 자동차업계에서 고장이 나거나 오래 된 차를 새 차로 바꿀 수 있을까? 정답은 ‘바꿀 수 없다’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꾸지 못한다기보다, 안 바꿔준다는 말이 맞다.

국산과 수입을 통틀어 자동차업계 모든 업체 중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한 신차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 뿐이다. 그러나 현대차도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종 소비자들로 신차 교환 대상을 국한하고 있고, 교환 조건도 고장이 아닌 사고여서 실질적으로 기능 불량차를 새 차를 교환해주는 브랜드는 단 한 곳도 없다.

실례로 한 수입차 업체에 계기판이 고장 났다는 이유로 새 차 교환을 요청해봤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신차 교환은 회사 사정으로 인해 불가능하다”였다. 기자와 직접 통화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구입 이후 기능 오류로 인한 고장에 대해 무상 수리는 가능하지만, 수입 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무조건 새 차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에는 환불을 요청해봤다. 그러나 역시 “구입 후 소비자 요청으로 차값을 환불한 사례는 없으며, 회사 사정 상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들은 “국산차처럼 물량의 조달이 자유롭고, 서비스 규정이 명확하면 신차 교환을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안되는 이유가 많다”고 해명했다.

한 수입차 딜러는 “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수입차의 대수와 판매 계획이 매달 정해져 있는데, 소비자의 요구로 이를 무단으로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무작정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하는 일부 소비자들 때문에 딜러들의 고충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러는 “외국처럼 강제 조항이 있으면 교환이나 환불을 마음껏 하겠으나, 우리나라의 소비자 규정은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은 자동차 피해보상규정이 소비자 중심이지만, 우리나라는 판매사 중심”이라며 “제대로 된 교환·환불 규정 정립을 위해서는 수입차 업체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불량 자동차 피해보상규정은 △자동차 인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주행 및 안전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했을 경우 또는 △인도 후 1년 이내에 중대 결함이 4회째 발생하거나 수리기간이 누계 30일(작업일수기준)을 초과한 경우 소비자에게 신차 교환 및 환급을 요청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겨도 처벌조항은 없다.

◇선진국은 교환·환불 안 하면 처벌?=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1970년대부터 차에 문제가 생길 경우, 새 차로 바꿔주거나 환불해 주게끔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명 ‘레몬법’ 또는 ‘불량품 보상조치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신차에 결함이 반복 발견됐을 때, 또는 수리할 수 없는 중대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량 신고 30일 안에 동일한 제품으로 바꿔주거나 환불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의 별칭으로 굳어진 ‘레몬(Lemon)’은 영어로 ‘불량한’이란 뜻을 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각 자치 주마다 레몬법의 세부적 조항은 다르나, 불량차를 새 차로 바꿔줘야 한다는 기본 규정에는 변함이 없다. 만약 자동차 회사가 법을 어길 경우, 정부로부터 처벌을 받는다. 또한 소비자는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도 걸 수 있다. 2010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소비자가 승소한 판례도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레몬법과 유사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등 19명의 여야 의원은 지난해 7월 ‘2번 이상 엔진이나 주요 부품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해당 차종을 새 차로 교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11월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18대 국회 임기가 거의 끝났고 여야 의원들이 총선 유세전에 뛰어든 것을 감안하면, 한국판 레몬법의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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