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키워 연 매출 10억원 올렸어요”...농기계수리공 출신 이광림씨

입력 2012-03-08 10:2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한국인의 끈기로 세계 최고의 명마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최근 한우 값 폭락으로 전국 축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작한 경주마 생산으로 부농의 꿈을 이룬 한 축산농가가 있어 화제다. 해발 610미터 한라산 중턱에서 챌린저팜(826,446㎡, 제주 봉개동 소재)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최고의 경주마들을 생산하고 이광림(36)씨가 그 주인공.

제주도에서 농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기계 수리공이었던 이씨가 경주마 생산을 시작한 것은 2000년. 15세부터 말 생산에 50여년을 바친 1세대 경주마 생산자인 아버지 이용대 씨(68)의 영향이 컸다. 165,289㎡(5만평) 규모의 소규모 목장에서 시작한 그는 거친 토지개간을 통해 현재 5배가 넘는 826,446㎡(25만평)의 대규모 경주마 목장으로 성장시켰다. 지난해 경주마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10억여원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소득을 올리며 경주마 생산에 뛰어든 지 10여년 만에 당당히 성공한 축산인으로 거듭났다.

이 씨의 판매경로는 오로지 경매다. 경주마 거래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개별거래보다 경매를 통해 경주마를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뛰어난 혈통의 경주마를 길러내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임으로써 평가받고 제값을 받기 위해서다.

그 결과는 화려한 성적표로 나타났다. 2010년 1세 경주마 경매에서 8400만 원의 ‘노벨폭풍’에 이어 2011년 경매에서도 ‘메니피’의 자마로 역대 4위의 몸값을 자랑하는 억대 경주마를 배출하며 스타 생산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총 18마리의 경주마를 경매에서 상장시켜 그 중 15마리를 평균낙찰가 5000만 원에 팔았다. 일반 경주마의 평균가 3400만 원 보다 월등이 높은 금액이다.

이광림 씨가 지금까지 생산한 경주마는 90여 두. 이들 경주마는 서울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통산 1078전 123승을 거뒀다. 경주마 한 두당 평균 수득상금은 무려 8300만 원. 일반 경주마 평균 수득상금(3300만 원)보다 5000만 원이나 많다. 그가 생산한 경주마들은 자신의 몸값을 성적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그는 “경주마는 어릴 때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근육과 관절을 쓰면서 충분히 뛰어야 골격이 고루 발달해 경주로에서도 잘 달릴 수 있다”며 “앞으로도 충분한 초지를 더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초지는 말이 달리기 편하도록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말이 뛰놀면서 수시로 뜯어먹으며 다양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

망아지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아침 저녁으로 양질의 사료를 먹이고 체온을 체크하는 것은 빠뜨릴 수 없는 일과다. 젖 물리기를 힘들어하는 씨암말이 망아지를 뒷발로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사흘 동안 말과 함께 마방에서 자기도 했다.

최근 미국켄터키의 핀오크스목장에서 씨수말 ‘스트라이크어게인’을 1억 원에 사왔다.

그는 “일본에서도 과거에는 경마가 사행사업 취급을 받았지만 좋은 혈통의 씨수말을 구입해 교배 하면서 일본산 경주마들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경마 강국이 되어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며 “멀지 않은 미래에 국내가 아닌 외국의 유명 경주에서 우승할 수 있는 명마를 탄생시키는 것이 큰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말 몇 마리 키워서 얼마나 벌었느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

1991년부터 농림부와 한국마사회의 지원으로 시작된 경주마 생산사업은 말산업의 하나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600㎏ 한우 수소의 가축시장 평균거래 가격은 490만원, 송아지는 170만원이지만 국산 경주마의 평균가격은 3400만원이다. 뛰어난 혈통과 체형을 갖춘 1세마는 최고 1억 원 이상에 거래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소나 돼지 생산 농가는 점차 감소추세지만 경주마 생산 농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0년 98개에 불과했던 농가가 작년 말에는 216곳으로 늘어났다. 경주마 생산 역시 658두에서 1,363두로 늘어나 연평균 생산 증가율 4.3%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말생산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주마를 생산하는 것을 소나 돼지처럼 가축생산의 개념에서 시작하면 무조건 실패한다”며 “무턱대고 경주마 생산에 뛰어든 이들 중 상당수가 몇 년 뒤 빈털터리가 돼 폐업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만의 경주마 생산 노하우와 경마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확실히 갖고 시작해야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림씨는 “외국에서는 흔히 말 생산은 3대를 거쳐야 안정화 단계에 돌입할 수 있다”며 “우수한 경주마 생산을 위해서는 할아버지 대에서 목장을 개간하고, 아버지 대에서 말을 육성시키며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 아들 대에 이르러서야 훌륭한 초지와 뛰어난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