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현대건설·현대제철 사내이사 선임…역할 커지고 경쟁력 제고
정 회장은 지난 28일 지난해 3월 현대그룹과 치열한 공반전 끝에 인수합병한 현대건설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에 앞서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24일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내이사 내정이 자리를 단순히 하나 더 늘린다는 의미를 넘어 ‘정몽구식 책임경영과 후계자 수업’의 재연이라는 평가다.
◇정 회장, “모기업 건설 직접챙긴다” = 정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 1년 만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친정체제가 됐다. 정 회장의 현대건설 이사로서 행보는 과거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처럼 현대가의 모태가 된 ‘현대건설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생전 염원이던 제철사업 진출은 물론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엠코’라는 건설사까지 만들면서 현대건설 인수 의지는 남달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것은 자동차 철강과 함께 그룹의 3대 핵심 사업인 건설분야의 책임경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계열사는 현대차, 현대모비스(이상 대표이사) 현대제철, 현대파워텍, 현대엔지비(이상 사내이사) 등 5개에서 6개로 늘어나게 됐다.
◇‘권한 주돼, 책임도 묻는다’= 정의선 부회장은 핵심계열사인 현대제철 사내이사에 내정되면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엔지비, 현대오토에버 등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 모든 곳에서 등기이사 자격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게 됐다. 그동안 자동차 부문으로 제한됐던 정 부회장의 경영보폭이 철강부문으로 확대된 셈이다. 특히 현대차그룹 내 비 자동차 사업부문 계열사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긴 이번이 처음이다.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자리를 주고 그에 따른 평가를 이끄는 아버지 정 회장의 의지가 표명된 것이다.
현대제철 사내이사 내정은 정 부회장으로선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 순이익 기준으로 적자에 빠진데다, 올해 실적 전망도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철강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자회사 매각 등을 포함해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나설 정도로 철강업계는 유럽 재정 위기의 직격탄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정 부회장의 이사선임에 대해 "최근 철강시장의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고 철강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의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소재 산업인 철강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인사에 그룹 후계자로서 강화된 정 부회장의 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부문에만 제한돼 있던 그의 영향력이 제철부문까지 확대되면서 그룹 전반에 대한 장악력이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