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이인희 한솔 고문 "상속문제 25년전 끝난 일"
이인희 고문은 지난 28일 한솔그룹을 통해 “상속문제는 1987년 이병철 회장 타계 당시 이미 정리된 일”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한쪽을 편들자는 게 아니라 형제자매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서운한 일은 잊고 화합하자는 의미”라며 “맏이로서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의 확고한 소송 반대 입장 표명에 향후 다른 형제들의 입장에 삼성과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맹희·숙희씨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에 따르면 다른 형제들의 추가 소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당초 소송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5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신세계 관계자의 발언에 비춰볼 때 언니인 이인희 고문과 같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른 형제들 역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형제들의 줄소송이 예상됐던 삼성가 재산분쟁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가 소식에 정통한 삼성그룹 전직 고위 임원은 이번 소송의 의미를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의 재산상속에 불만을 품고 있는 형제들의 작은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즉 맹희씨는 경영권에서 배제된 이후 불만을 품고 있었던 한편 숙희씨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물려받은 재산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병철 선대회장 자서전 ‘호암자전’에는 1971년 유언장을 작성하고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할한 과정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장녀 인희씨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전주제지(현 한솔제지)·호텔신라를, 장남 맹희씨의 부인인 손복남 씨에게는 안국화재를, 차남 창희씨에게는 제일합섬을, 5녀 명희씨에게는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의 주식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3남인 건희씨에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제일제당, 삼성반도체통신, 제일모직, 중앙일보, 동방생명(현 삼성생명)의 주식을 물려줘 그룹 경영을 맡겼다.
삼성그룹이 합의도 필요 없는, 이미 25년 전에 끝난 사안이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삼성과 법조계에 따르면 설사 이번 소송에서 이맹희·숙희씨가 승소한다 하더라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맹희·숙희씨가 반환을 청구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 주식 등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할 경우 지분변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주식으로 지급한다 하더라도 지주회사와 이 회장의 지분재조정을 통해 금산법에 의한 지주회사 변경 가능성 등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극히 희박하다.
재계 관계자는 “승소 여부를 떠나 도덕성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건희 회장이 이인희 고문의 지원사격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확산일로에 있었던 삼성가의 재산분쟁이 한풀 꺾이는 형국”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