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는 해외영업, 글로벌금융 ‘중심축’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 지구 반대편서 'SOS'
해당국 문화 배우려고 스터디그룹 만들기도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은행원의 업무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해외시장은 일부 대형 은행만 생각할 수 있는 ‘제한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빈번해 지면서 고객을 지키기 위한 은행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젠 세계 경쟁력을 논하면서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은행의 이 같은 세계 시장 진출에 발판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곳이 글로벌사업부이다. 은행마다 부서 명칭이 ‘국제부’, ‘글로벌 전략부/지원부’ 등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은행이 진출할 수 있는 해외시장을 모색하고 준비한다는 큰 틀에서 업무는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11개 은행은 총 32개국에 131개의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다. 사무소를 제외한 93개 영업점의 총 자산은 615억달러를 훌쩍 넘겼다.
각 금융회사 CEO들이 저마다 해외시장 진출을 경영화두로 내세울 만큼 해외 네트워크 구축은 은행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엔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의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먼저 무엇보다 나라마다 금융규제가 다르고, 유수의 은행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면 새로운 틈새시장을 겨냥해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과 달리 한국 은행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일부 국가들이 외국자본 기준을 까다롭게 제시하면서 과거에 비해 더욱 어려워 졌다.
B은행의 K부장은 “최근 추진 중인 한 나라는 자본금 3억달러를 가져와야지 허가를 내주겠다고 한다”며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지점을 새로 내는 것보다 현지 은행을 인수해 합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도 애로사항은 있다. 진출하려는 국가의 책임자급과 실무진의 행동이 종종 다를때 황당하다고 한다. 은행장이 진출국가의 책임자급을 만난 후 긍정적인 메시지를 얻어왔어도 정작 실무진 라인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은행장까지 나섰던 업무가 꼬여버리면 결국 화살은 글로벌사업부에게 향하는 억울한 상황이 만들어지곤 한다.
일단 지점이 세워졌으면 이제 행정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해당 국가의 제도는 물론, 언어, 문화 등은 통달해야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와 같은 주요 언어는 부서내에서 스터디를 꾸려서 진행한다.
J부장은 “사막에 가서 금융업을 할 수 없듯이 사전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국내 은행들이 서비스가 좋다는 점이 절차가 까다로운 외국계은행보다 장점이지만 현지에서 인지도를 쌓고 현지화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