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타먹으면 바보”…대한민국은 ‘보험사기’ 공화국?

입력 2012-02-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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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사회적 손실 5조…심각한 모럴해저드

작년 3만529명 적발…드러난 피해만 2조2000억

보험사 손해율 메우려 결국 보험료 인상 ‘악순환’

10명 중 4명 “용인할 수 있다”…국민 인식도 문제

#태백시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집단보험사기 사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5만명 도시전체가 도덕불감증에 걸려있다는 데서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주민 10명가운데 거의 1명이 연관돼 있고 주민들간 “보험금 안타먹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만연할 만큼 죄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사기내용은 태백지역 3개병원과 보험설계사 70여명이 주민 400여명과 짜고 보험에 가입케한 후 허위로 입원서류를 꾸며 140여억원의 보험금을 타내도록 도와줬다. 또 3개 병원이 이에 합세, 이들 나이롱 환자들에게 입퇴원 확인서를 떼줘 17억원의 요양급여비를 받아냈다.

#회사원 A 씨 등 일가족 5명은 21개 보험사에 85건의 보험을 가입했다. A씨 가족은 2004~2011년까지 70번이나 사고를 당해 가족 전체로 2천800일 이상 병원신세를 졌다. 7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가 보험사기 혐의로 덜미를 잡힌 A씨 가족은 전체 보험 85건 중 4개월 동안 65건을 집중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 씨는 다수의 보험사에 사망보험을 단기간 집중 가입한 후 중국 여행중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며 총 21억여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방 씨는 한달 동안 5개 보험사에 9개 상품 집중 가입하고 배우자와 2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국직전 사망시 수익자를 여동생으로 변경했다. 이후 중국 위조브로커를 통해 ‘도로교통사고인정서’와 ‘거주민사망의학증명서’ 위조했다.

국내 보험시장은 세계 7위 규모를 자랑한다. 2010 회계연도 기준으로 국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들의 연간 보험료 총액은 132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보험제도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보험사기도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수법도 아주 지능적이고 대담해지고 있어 보험사기 예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기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금감원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3만8511명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9.8건의 보험에 가입, 일반인에 비해 과도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3개월 이내에 5건 이상의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람도 4246명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844억원으로 적발된 인원만 무려 3만529명에 이른다. 연간 피해규모는 돈으로 2조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구당 이 돈을 물어주기 위해 한 해 평균 15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증가속도다. 전년 동기 대비 금액으로는 15.5%(248억원), 적발인원으로는 31.5%(7313명)나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제로 보험사기 금액이 5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 엄청난 돈을 보험사가 감당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보험회사뿐 아니라 가입자들도 모두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그러나 보험사기에 대한 심각성에 비해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심각성은 그야말로 불감증에 가깝다.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보험소비자들의 보험사기에 대한 용인도(너그럽게 인정하고 용서함)가 매우 높게 조사됐다.보험연구원이 보험사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 및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09년 10월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25세 이상 65세 미만의 성인 남녀 803명을 상대로 직접 방문해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아주 심각했다. 국내 소비자의 24.3~35.8%, 즉 10명 중 4명 이상이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의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하지만 범죄라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더욱 우려스럽다.

보험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없는 것도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적 인식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보험사기 방지법을 제정해 보험사기에 대해 중죄를 부과하는 한편 보험 관련 서류에 보험사기 경고문구 게재를 의무화하는 등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형법 내에 보험범죄만 특정해 서술하는 항목도 없을 뿐더러 보험범죄의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범죄의 유형에 의해 처벌하는 등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도적으로 미흡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의 보험사기에 대한 용인도가 미국보다 훨씬 높다는 점은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법적ㆍ제도적 측면의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그동안 죄의식 없이 행해지던 일부 연성보험사기에 대해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고, 이에 보험사기 예방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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