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에서 때 아닌 ‘색깔론’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김진표 원내대표의 불출마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한미FTA 협상파 등 중도성향 의원들에 대한 공천배제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논란의 진원지는 김 원내대표의 퇴출론을 주장한 친노 진영이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점잖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여당이 하는 일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협의’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친노 인사들 사이에선 김 원내대표가 한미FTA 협상 때부터 지금까지 당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많다. 만족할 만한 대여협상이 없었다는 주장인데, 사실은 그의 보수적 성향을 문제 삼고 싶은 모양이다. 한명숙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퇴진을 직접적으로 주장하진 않았지만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보다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민주당에서 실정을 개혁해야 한다”고 힘을 더했다. 한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런 한 대표조차 친노의 정체성을 지켰다고 평가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김 원내대표의 퇴진은 명백한 이중 잣대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체결한 한미FTA에 대해 말을 바꿔가면서까지 폐기하겠다고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에게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라는 중책을 맡겼지만, 이제 와서는 김 원내대표를 걷어내려는 세력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민주당이 이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궁금하다.
무조건 여당을 반대하고 무조건 진보를 부르짖는 것만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당내에선 ‘색깔론’에 대한 경계의 시각이 적지 않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도 전통 보수 세력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좌클릭’하며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총선을 앞두고 같은 당내에서 색깔론을 들이대는 걸 유권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유권자들의 성향은 갈수록 ‘중도’가 늘고 있음에도 ‘진보’만 강조해서는 총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민주당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