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지도자 이미지 구축 성공…무역불균형·인권 등 현안에는 신경전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이 닷새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시 국가 부주석은 차기 중국 지도자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는 한편 미국 측은 예우는 갖추면서도 할 말은 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시 부주석의 방미에 앞서 영어로 ‘프레너미(친구이자 경쟁자)’가 온다고 보도했는데, 닷새 동안의 방문 일정이 마무리된 지금도 그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어 ‘주요 2국(G2)’간 파트너십에 과제를 남겼다.
시 부주석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방문을 끝으로 4박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고 아일랜드로 향했다.
방문 기간 내내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은 시 부주석은 미국 영화사에 3억3000만달러(약 3600억원)을 투자하는 통 큰 행보로 공식 방문 일정을 마감했다.
무려 43억달러(약 6조8000억원)어치의 미국 콩을 구매한 데 이어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에 맞춰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오는 10월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될 것이 확실한 시 부주석을 위해 사실상 국가정상에 준하는 대접을 했다.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 부주석의 만남은 역사적 맥락에서 큰 조명을 받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마오쩌둥 주석과의 만남,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덩샤오핑의 회담과 같은 의미까지 부여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에서 ‘G2’로 통하는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세계의 ‘2013 체제’를 이끌자는 ‘서약’을 하는 장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시 부주석이 로스앤젤레스를 찾아 NBA 농구를 관람하는 장면은 덩샤오핑이 권력을 잡은 직후인 1979년 미국을 방문해 텍사스의 로데오 경기를 방문하던 모습을 연상시켰다는 평가다.
시 부주석은 또 27년 전 허베이성 정딩현에서 당 서기로 일할 당시 처음 방문했던 아이오와주를 다시 찾아 마을 주민들과 추억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친근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는 10년 전 차기 지도자로 미국을 방문했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절제된 행보를 한 것과 대조된다.
이는 그만큼 시 부주석의 권력 위상이 중국 내부에서도 확고함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 부주석의 방미에 대해 덩샤오핑이 선구자적 안목으로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한 세대 만에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오른 중국의 힘을 오롯이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마지막 날까지 차기 중국지도자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다한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시진핑을 앞에 두고 “모든 나라가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동일한 규칙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하며, 중국과도 이를 바탕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중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나 양국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시진핑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조 바이든 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중 관계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장애물’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중국 측은 이번 시 부주석의 방미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7일 “그가 미국 국민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했다”면서 “방문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교류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 부주석도 “나의 미국 방문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자평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는 무역불균형이나 인권 등 매우 민감한 현안에 대해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자(逢山開路 遇水搭橋)”거나 ”길이 어디에 있느냐고 감히 묻는다면, 길은 발 아래에 있네(敢問路在何方,路在脚下)”라는 등 은유적 표현으로 강인한 지도자상을 심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