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6개월만에 2000선을 탈환하면서 투자자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남몰래 쓴웃음을 짓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증권사들 리서치센터다.
유로존 악재가 해결되면서 올해 국내증시가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연출할 것이란 그들의 전망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란 예상치 못한 해결책이 등장하면서 모두 어긋나고 말았다.
다행히 상승장이라 비난의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믿지못할 애널리스트’란 말는 투자자들의 머릿속에 명제화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이 아닌 같은 직장인으로서 그들의 고충을 헤아려 보자.
달력을 빼곡히 채운 기관 마케팅 일정, 끝날 줄 모르는 리서치 회의, 매일매일 주가로 평가되는 기업 분석, 눈에 띄지 않으면 처참히 버려지는 보고서,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들의 코멘트(분석)에 하나하나에 울고 웃을 2000만 투자자다.
짬을 내 휴식을 취할때도, 화장실에 갈때도,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이 피곤함 속에서도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고액연봉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그것도 일부 스타급 애널리스트에 국한된 얘기일 뿐,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혹은 더 적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도 많다.
애널리스트들이 항상 피로감에 젖어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얼마전 인터뷰차 만난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낯빛에는 20년의 경력이 무색하리 만큼 아직까지 열정이 느껴졌다. 지난해 5월부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는 최 센터장은 1993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했을때부터 20년간 주말에 회사에 나와 업무를 봤다고 한다.
주중에는 마케팅이나 각종 회의때문에 순수업무를 처리하기가 어려워 일요일 오전 짬을 내 차분한 마음으로 보고서도 작성하고 다음주 할일들도 미리 계획한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위해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새벽 6시쯤 나와 3시쯤 퇴근해 곧장 집에 간다는 말도 빼 놓지 않았다.
그의 덤덤한 표정 뒤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책임감과 사회 초년생의 마음가짐을 20년동안 이어오려 노력이 엿보였다.
증시 전망이 엇갈릴 때마다. 그들은 ‘제가 무당은 아니잖아요’라며 자조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무조건적인 ‘매수’, 검은 공생 등 리서치센터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비리는 질타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몇몇 나쁜(?) 애널리스트들을 제외한 착한 애널리스트들의 노력까지 모두 폄하하는 것은 오히려 역설이 아닐까. 최 센터장과 애널리스트들의 주말 출근 발길이 한결더 가벼워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