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의료서비스 질만 떨어질 뿐이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포괄수가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의료비 절감 효과를 내세워 적용을 확대하려 하지만 병원들은 의료서비스 질적 저하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전면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7월부터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백내장·치질·제왕절개·맹장 등 7개 질병군을 취급하는 병의원 2900여곳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의무적용키로 결정했다.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돼 환자는 검사, 주사, 마취 등 의료행위마다 일일히 진료비를 지불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어떠한 의료행위를 했는지 따지지 않고 미리 정해진 값만 의료기관에 지급하면 된다. 이에 따라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검사·처치 등을 막을 수 있어 국민들의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적극 확대·추진하는 이유다.
의료계는 포괄수가제 의무적용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부와의 극심한 마찰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측은“정부가 건강보험재정 보전만을 목표로 포괄수가제에 대한 기반 마련도 없이 무리하게 확대 적용을 강행하려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질병의 난이도와 중등도에 따른 예외조항 설정이나 보상체계 구축도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은 ‘일방통행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8월과 12월 복지부와 건강보험관리공단 및 의료계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내용에 대해 두 차례 논의를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아울러 의료계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도 우려하고 있다. 받는 돈이 미리 정해지면 적극적인 진료를 하지 않아 결국 국민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획일화된 진료비를 적용하는 포괄수가제는 고위험 환자군의 진료를 꺼리게 만들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된다”면서 “최소한의 진료만 가능한 상황에서는 최신의료기기나 기술의 도입도 기피하게 돼 장기적으로는 의료계 발전도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