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인간을 길러낸다는 것은 우리가 ‘교육’이라 부르는 사업 그 자체의 양보할 수 없는 내적 선(善)이며 본질적 목적이기도 하다. 대학교육의 목적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본질 목적이 망각되거나 희생되면 대학교육은 망가지거나 불구의 교육으로 타락한다.
대학에 들어오는 사람은 입학했을 때보다는 ‘더 나은’ 인간, 달라진 인간이 되어 대학을 나설 수 있어야 한다. 한 인간의 자기 형성과 변모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4년간의 대학시절이고, 그 중에서도 대학 생활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이 1~2학년 시기의 교양교육이다.
교양교육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불요불급의 장식적 교육이 아니고 설렁설렁 학점이나 받고 대충 넘어가도 되는 교육이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만나고 그 질문들에 대한 ‘나의 응답’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지적·정서적 모험여행이 교양교육이다. 비교적 자유로운 조건에서 비판적 사고력, 독창적 표현력, 탁월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것도 교양교육에서다.
지금 대학들은 대학교육의 본질 목적을 희생하도록 요구하는 이런 저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교육이 시장원리에 지배된다든가 직업전문 학원처럼 협소한 교육에 매달리는 것은 길게 보아 대학교육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대학은 상품제조 공장이 아니라 인간을 길러내는 곳이다. 대학교육의 위기는 곧바로 인간의 위기, 사회의 위기, 나라의 위기로 이어진다. 위기의 교육으로는 사회에 필요한 유능한 지도자, 훌륭한 직업인, 탁월한 전문인도 길러내기 어렵다. 대학과 사회가 다 같이 깊이 성찰하고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