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FTA를 폐기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에 자신들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10가지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 10가지 독소조항 중 무려 9개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내용들이어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민주당이 수정을 요구한 독소조항 내용은 △ISD(투자자국가소송제) 폐기 △서비스 시장 개방 관련 네거티브 리스트를 포지티브 리스트로 전환 △역진 방지 조항 삭제 △주요 농축산 품목 관세 양허표 수정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호 조치 △개성공단 생산품 한국 원산지 인정 △급식 프로그램 한미FTA서 면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폐지 △금융 세이프가드 조항 개정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 재논의 등이다.
이 중 현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도입한 것은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 하나뿐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2007년 협상 때 확보한 자동차 관련 이익의 75%를 넘겨준 만큼 나머지 다른 부분도 고쳐야 이익 균형이 맞는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동차에서 양보한 대신 의약품 유예기간과 돼지고기 관세 철폐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얻어낸 만큼 이익균형을 잃은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동영 의원 말대로 FTA 체결 당시 내용을 잘 몰랐다면 이제라도 과거에 대한 사과 한 마디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원성이 그래서 나온다.
무엇보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인 2006년 7월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자신의 FTA 옹호발언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끝내 FTA 폐기를 하겠다고 하면 한국의 이미지 추락, 대외신인도 하락, 막대한 무역손실 등에 대한 대안제시가 뒤따라야 한다. 대안 없는 주장은 포퓰리즘이고 꼼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