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신 인사 내정설에 업계 우려 고조…"회원사 출신이 적임"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이 연임을 포기하자 무역업계는 회원사 출신의 회장이 선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정부 출신 인사가 차기 무협회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역업계의 우려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8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와 달리 정권 측근 인사들이 무협 회장 직을 맡았던 관례가 이번에는 종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역인들로 구성된 전국무역인연합(전무련)은 “무협은 무역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순수 민간단체로,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는 민간단체에 퇴직관료 출신의 낙하산 회장은 무역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협은 역대 16명의 회장 가운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구평회 전 LG상사 회장, 박용학 대농그룹 회장 등 단 3명 만이 민간인 출신이었으며, 나머지 13명은 모두 경제관료 출신들이 낙하산 인사를 통해 회장 직에 선임됐다.
전무련 관계자는 “사공일 회장이 연임을 포기한 무협 회장 자리에 또 다시 정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내정됐다는 설이 돌고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무협 상근부회장에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임명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 전무련 주장이다.
통상 상근부회장이 회장과 임기를 같이하는 점을 감안하면 안 전차관이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2개월 밖에 남지 않은 임기를 수행하러 부회장을 맡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무련 관계자는 “사공 회장은 G20 서울정상회의 등 국가적인 현안사업에만 집중하다보니 단체장으로서 정작 필요한 중소 무역인들과 중소제조업체들의 애로 해결에 등한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또 정부측 인사가 회장으로 낙점될 경우 업계의 반발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업계에서는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 조병우 유풍 회장 등이 차기 무협회장 하마평에 거론되고 있다.
또 정부측 인사로는 최중경,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예상되지만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MB측근 인사가 경제단체장을 맡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낙하산 무협회장도 교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나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회장이 선임되서는 안된다는 게 무역업계의 주장이다.
전무련 관계자는 “무역 1조달러 돌파는 국가적인 경사 임에는 분명하다”면서도 “실상을 보면 일부 대기업 품목의 호조에 따른 것일 뿐 정작 우리 무역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오히려 과거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역 현장은 어떤 경제·경영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전쟁터”라며 “고위 관료들이 퇴임 후 자리보전을 위해 무협회장 자리를 노리는 것은 수많은 무역업체들의 사활을 담보로 일신의 안위 만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오는 10일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서 후보를 결정한 뒤 22일 정기총회를 통해 28대 신임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