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OO카드입니다. 은행보다 좋은 적금 상품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
직장인 박 모씨는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카드사 본사 소속이라고 밝힌 상담원이 ‘카드 적금’ 상품이라며 가입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박씨는 처음에는 카드로 결제되고 높은 이자율을 준다고 해 관심을 가졌지만 막상 가입을 결정하고나니 보험사의 저축성 보험상품이었다. 보험사와 카드사가 연계해 판매하는 이른바 ‘카드슈랑스’ 상품이었던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와 보험사가 연계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카드슈랑스’ 방식이 확대되는 가운데 카드사 상담원들이 저축성 보험상품을 자사 적금이라고 소개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박씨는 “처음 카드사 적금 상품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연 5%대의 고금리를 보장해 준다고 해 새로운 상품이 나온 줄 알았다”면서 “막상 상품가입을 하니 보험사의 저축성 보험상품이었다”고 말했다.
카드사 상담원들이 이같은 편법을 자행하는 것은 보험상품이라고 설명할 경우 판매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드사 적금상품 또는 카드사에서 보장해주는 은행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이라고 설명,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후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 카드사 상담원은 “처음부터 보험상품이라고 소개를 하면 무조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상에는 ‘카드사 전화를 받고 보험에 가입했는데 후회하고 있다’며 판매창구인 카드사를 비난하는 글이 자주 게시되거나 해당 카드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아예 카드를 잘라버리겠다는 고객도 있다.
문제는 저축성 보험상품의 특성상 고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성 보험은 계약체결비용, 계약관리비용, 위험보험료 등 9~10% 수준의 사업비를 매월 원금에서 제하고 적립하는 구조라 10년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
또한 중도해지 패널티도 상당해 3개월 이내에 해지하면 적립한 돈을 전혀 돌려받을 수 없고, 3년이 지나더라도 환급률은 90% 수준이다. 상담원이 강조하는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 역시 10년 이상 가입해야 누릴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뒤늦게 약관을 확인한 뒤 카드사 콜센터로 청약을 철회하겠다는 항의전화도 온다”면서 “상담원 교육을 통해 충분히 약관을 설명하고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