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원전 사고 여파
일본이 31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은 25일(현지시간) 2011년도에 2조4927억엔(약 36조2000억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무역적자는 1980년 2조6000억엔 이래 31년 만에 처음이다. 2010년은 6조6346억엔 흑자였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65조5547억엔으로 2년만의 마이너스였다. 수입액은 12.0% 증가한 68조474억엔으로 2년 연속 플러스였다.
재무성은 역사적인 엔고로 수출이 정체된 데다 동일본 대지진 후 원전 가동 중단으로 화력 발전에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급증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향후 몇 년간 무역적자국 신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가동률이 대지진 발생 전보다 낮은 상황이 계속되면 대체할 화력발전용 연료 수입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유럽 채무위기가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계속 붙잡으면 일본의 수출도 막막하다.
JP모건증권의 간노 마사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02~2007년처럼 높지 않고, 엔화 가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일본의 무역적자는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은 2005년 ‘일본 21세기 비전’을 통해 일본이 2030년 무역적자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와 대지진으로 일본의 무역구조가 예상보다 20년 빨리 바뀐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으로 소득수지가 관건이지만 경상적자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수지 흑자는 지난 2005년에 무역흑자를 웃돌아 2007년에는 16조3000억엔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요국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2010년 11조7000억엔까지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무역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개발도상국에 대한 자금 원조 등을 나타내는 경상이전수지의 4가지를 합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일본인의 해외 여행이 영향을 주는 서비스수지와 경상이전수지는 원래 적자였다.
그러나 소득수지 흑자가 언제까지 무역적자를 상쇄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간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무역적자는 오는 2015년에 14조3000억엔으로 확대하는 한편, 소득수지 흑자는 14조80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서비스수지 등의 적자를 포함하면 2015년에는 경상적자로 전락한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2014년에는 경상적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상적자는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의 3대축의 저축이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 이는 외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