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한 카드시장 개선대책

입력 2011-12-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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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몇번 하면 7등급인데 “서민들은 카드사용도 못하나”

직불카드 활성화, 소득공제 외 다른 혜택없어 효과 미지수

금융위원회가 26일 내놓은‘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이 현실을 무시한‘헛발질 정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는 신용카드 발급을 억제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신용카드 발급 대상을 민법상 성년(만20세)으로 가처분 소득이 있는 신용등급 6등급 이상으로 한정했다.

문제는 내년 경기 상황 안좋아질 것이란 전망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두번 카드를 연체하는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7등급 이하는 앞으로 카드를 발급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서민들이 생활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금융위는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객관적으로 결제능력이 입증되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했지만 카드사들은 무리한 영업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위주의 영업을 지속하는 카드사의 경우 강도 높은 검사를 예고했고 지난 7월 도입한 총량규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총량규제는 카드대출액, 신규 발급장수, 이용한도 등 카드사 주요 경영지표의 증가율을 연간 3~5%로 억제하는 것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고객을 줄여야 한다면 우선적으로 저신용등급의 고객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7등급 이하 700만명(나이스평가정보 기준)이 신용카드 발급을 사실상 못받게 되며 현재 7등급 이하 카드 이용자 280만명도 유효기간이 끝나면 갱신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고 체크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혜택으로 꼽는 것이 소득공제율 혜택인데 이마저도 당초 예정됐던 연소득의 30%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용카드 20%, 체크카드 25%에서 큰 격차가 없다는 것. 또한 소득공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밝혔지만 현재 300만원에서 예전처럼 500만원 이상 확대해야 확실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용카드 종합대책 발표가 지연된 것도 이같은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체크카드를 활성화할 요인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체크카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 전업계 카드사의 은행계좌 수수료 인하를 꺼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B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이 은행 계좌 이용 수수료인데 이를 어느 정도 내릴지 확정이 안 된 상황"이라며 "은행계좌 수수료 인하 수준이 정해지지 않으며 부가 혜택이 얼마나 늘어난다고 이야기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부실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것보다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혜택을 자발적으로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C카드사 관계자는 "외상 거래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직불 거래로 전환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카드사만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체크카드 서비스가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인·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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