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VIP가 뜨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글로벌 경제의 축이 선진국에서 브릭스로, 다시 VIP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을 의미하는 VIP는 이름처럼 매력적인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중국을 비롯해 브릭스 주요국이 인플레 압박과 고성장 이후 성장통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VIP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3회에 걸쳐 VIP를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베트남
② 인도네시아
③ 필리핀
‘천혜의 휴양지’ 필리핀이 글로벌 인재의 요람으로 동남아시아 경제를 이끌고 있다.
필리핀은 타갈로그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가 수월해 외국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 보도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해외 지향적인 필리핀의 국민성이 영어 등 다양한 외국어 습득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인구는 9400만명으로 이중 9%인 860만명이 해외에 머물고 있지만 실질 해외 체류자는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 노동자들은 비영어권에도 활발하게 진출, 현지인과 결혼할 경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부모의 모국어를 각각 구사할 수 있게 된다.
필리핀이 글로벌 인재의 요람으로 부상한 밑거름이다.
해외에 체류하는 근로자들은 고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온 가장이 대부분. 이들이 해외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본국으로 송금된다.
지난해 송금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188억달러(약 22조1370억원)로 필리핀의 소비 경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취업자들은 대부분이 가사 도우미와 간호사로 근무했으나 최근 이 같은 추세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전했다.
아만도 테탕코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국민의 능력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엔지니어와 회계사, 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겸비한 인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높은 학구열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필리핀의 대학 진학률은 29%로 중국의 24~25%와 인도의 13%를 웃돈다.
일본 전기업체 후지쯔의 피터 턴 필리핀 법인 사장은 “필리핀 사람들은 교육열이 대단하다”며 “집안에 출중한 자녀가 있으면 형제는 물론 친인척들까지 나서 대학졸업까지 학비를 지원하는 것이 관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VIP(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국가와 마찬가지로 필리핀의 젊은 인구 비율도 매력의 한가지로 꼽히고 있다.
젊은 인구의 확대에는 종교적인 이유도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필리핀은 인구의 80%가 카톨릭 신자다. 카톨릭 국가 중에서도 필리핀은 규율이 특히 엄격해 피임과 임신 중절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동이 급격히 늘어 20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44%를 차지할 정도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다이와종합연구소는 “노동시장을 구성하는 15~64세 인구 비율이 2050년경까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부한 인적자원을 등에 업고 필리핀은 세계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시장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늘리고 있다.
BPO란 기업이 총무와 인사, 경리 등 관리업무를 외부로 위탁하는 것으로,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래밍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무와 고객 응대 같은 콜센터 업무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세계 최대 BPO 거점은 인도였지만 최근 필리핀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필리핀의 BPO 시장은 10년 전에 비해 10배인 약 90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했다.
특히 콜센터 업무는 지난해 세계 점유율이 20%에 달해 인도를 제쳤다.
필리핀 사람들은 환경 적응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동남아 최대 전문직 구인 사이트인 잡스트리트닷컴의 마크 찬 최고경영자(CEO)는 “해외에 일자리를 소개했을 때 현지 음식과 기후, 문화 등에 대한 순응성은 인도인보다 필리핀 사람이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수도 마닐라의 비제조업 부문 임금은 한 달에 394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