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시작됐지만 재정위기 사태의 근본적 해법 도출은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EU 27국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내다봤다.
EU 정상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만나 9일 회담 결과를 발표한다.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재정통합·재정불량국에 대한 제재 강화·유로본드 발행·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확대 등을 놓고 회원국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일 재정통합을 위한 ‘EU 성장과 안정 협약 개정안’을 내놨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EU 회원국에 대한 재정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EU 개정안에 대한 말바꾸기가 지속될 경우 유럽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EU는 이 개정안을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일부 국가는 시장 불안을 고조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유로존 비회원국가인 영국은 EU 개정안이 자국의 금융시장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핀란드와 네덜란드도 EU 개정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
핀란드는 특히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유로안정화기구(ESM)를 동시에 운용하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EU에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당겨 실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정안 실시를 막는 수단으로 국민투표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슬로바키아와 아일랜드도 EU 개정안을 놓고 독일이 입장을 바꾸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로안정화기구(ESM)의 발족을 내년 7월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EU 정상회의 합의문 초안에 넣었다.
또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기준치의 0.5%를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삽입했다.
초안에는 기금 규모 5000억유로의 ESM을 내년 7월 2일 발족시키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도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