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홍준표 대표의 퇴진과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등판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창당 또한 다수가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7일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3명의 최고위원직 사퇴 이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의 현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그러나 현 지도부 체제 하에 당의 쇄신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주로 피력됐다. 오히려 지도부 사퇴가 시기상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투표를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지도부 거취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8일에도 의총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하나하나의 상황이 생길 때마다 대표가 사과하고 물러난다는 것은 제일 하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임있는 지도자는 다음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놓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선 의원은 “지도부의 무책임으로 인한 혼란은 결국 국민들이 볼 때 좋지 않은 것”이라며 “이건 우리당 의원 전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최고위원직 사퇴는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전당대회나 비대위 체제를 하게 된다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뻔히 보인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그랫다. 망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충환 의원은 “지금 사퇴한 세 분 최고위원들의 충정을 충붕히 이해하니 당 대표와 서로 마음을 열고 부탁을 하면서 힘을 모아 한나라당을 안정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는 재창당 주장과 관련해서도 “당명변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14년 동안 유지해 온 당명을 바꿔서 내년 선거에서 이긴다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며 “공정한 공천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의원도 “최고위원도 당의 지도부다. 본인이 물러나겠다면 물러나면 되는 것인데 왜 다른 사람더러 물러나라 하는 것인지 불편하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홍 대표 퇴진을 주장한 의원들을 비난했다.
반면 원희룡 의원은 “누구 한명이 책임지는 차원이 아니라 변화작업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저는 이미 지도부 동반사퇴를 제안했었다”며 “디도스 사건 이후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우리당의 지도부 기능은 없다”고 일축했다.
남경필 의원도 “대표께 동반사퇴하자고 했다”면서 “같이 동반사퇴하고 그 공간이 비어야 다른 에너지가 들어와 채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레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 문제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본래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도 홍 대표의 퇴진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친박 윤상현 의원은 의총이 열리는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표는 내년 선거에 가면 당을 위해 뛰겠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2005년 당 혁신안을 통과시켰고 그 내용이 대선출마 1년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에서 물러나라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또 당헌·당규를 깨고... 박 전 대표가 일회용 반창고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기환 의원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야 하느냐’는 질문에 “국민들 입장에서 당대표 물러나고 누가 당 대표 되고 무슨 관심이 있느냐”고 부정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