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유로존 15국 강등 경고...獨·佛 포함 ‘AAA’ 6국도‘부정적 관찰대상’
숨돌리는 듯 했던 유럽이 신용등급 강등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에서 독일 등 ‘AAA’ 6국을 포함해 15국의 등급 강등을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유로존의 정치적 불안이 초래한 심각한 경제 위기가 최고 신용등급 국가마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S&P는 이날 성명에서 “유로존의 구조적인 리스크가 최근 몇 주간 커지면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 6국의 ‘AAA’ 신용등급이 보장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이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정적 관찰대상에 오른 국가의 신용등급이 90일 안에 강등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S&P는 이어 “유로존 15국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면서 “오는 8~9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이 끝나는 대로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정상회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독일 등 ‘AAA’등급의 6국은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은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마저 강등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다.
S&P는 독일과 관련 유로존의 과중한 부채와 주요국의 정치적 대립으로 유로존의 모든 회원국이 위험에 빠져 있음을 강조했다.
S&P는 “유로존과 EU가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은 유럽의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P가 신용등급 위험을 경고하면서 EU 정상회담에서 역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필립 스와겔 메릴랜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S&P의 조치는 유로존 회원국들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를 비롯한 중채무국을 아예 포기하거나 살리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S&P가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면서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특히 유럽재정안장기금(EFSF)의 부담이 가장 높은 독일과 프랑스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EFS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들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앞서 지난달 EFSF 규모를 4배 늘려 2조유로(약 3000조원)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EFSF는‘AA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가 강등되면 역시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S&P의 이날 신용등급 강등 경고는 지난 8월 미국의 등급 강등 사태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S&P는 지난 7월 미국의 재정적자 삭감 폭이 4조달러보다 적을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며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S&P는 이후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