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일부에서 주장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는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혀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워싱턴의 소식통은 "미국은 한미FTA가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ISD 문제를 재협상 생각이 전혀 없더라"며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재협상을 우리가 요구하더라고 미국은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협상을 한다면 미 의회에서 통과된 FTA 이행법안 전체를 다시 비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유기준, 윤상현 의원도 9일 한국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ISD 재협상 약속을 받아오라고 하는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얘기로는 미국이 `노'(No)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에서는 한국 정부가 굳이 원한다면 일단 한미 FTA를 발효시킨 뒤 추후 문제 조항의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FTA가 양국에서 모두 발효된 이후에는 문제 조항에 대해서는 개정을 한국 정부가 당연히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 간의 밀고당기기 협상 끝에 천신만고로 통과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비준 서명까지 끝낸 한미 FTA 이행법안을 ISD 조항 개정 후 의회가 다시 통과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도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9일 한국 국회 답변을 통해 "ISD 존폐를 놓고 재협상을 하는 것은 우리 정부로서도 어렵고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미국 내 여러 사정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대신 "투명성 제고나 ISD의 운영 문제는 기왕의 수단으로도 할 수 있다"면서 "미국 측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우리의 요구를 제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