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주 ISD 절충안 거부… 여야 마음은 ‘콩밭으로’
10일 국회 본회의가 또 다시 연기됐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전날 릴레이 회동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본회의 처리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불발됐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과 협상이 잘 안됐다. 오늘은 본회의를 열지 못한다”고 밝혔다.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오늘 한미FTA를 처리하지 않기로 했고, 처리할 법안도 많지 않아 열지 않는다”고 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한미 FTA 비준안의 직권상정 여부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의장실 관계자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본회의가 예정된 24일로 잠정 연기됐다. 노 수석부대표는 “본회의가 24일이어서 그 전에 열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황 원내대표는 “24일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합의 처리를 강조했다.
협상 걸림돌은 이번에는 정부였다.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은 ‘FTA가 발효되는 즉시 ISD에 대해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민주당의 과반이 넘는 45명으로 부터 서명이나 구두로 동의까지 받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사실상 수용입장을 밝혔지만 정부가 나서 반대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ISD 존폐를 놓고 재협상을 하는 것은 우리 정부로서도 어렵고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노 수석부대표는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간 것”이라고 했다.
여야 내부 일정도 비준처리 지연에 한 몫 보탰다.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책임론이 거론되면서 ‘당 쇄신안’을 마련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한미 FTA 비준을 목전에 두고도 ‘쇄신의총’을 열었다.
민주당도 야권통합에만 골몰하면서 손학규 대표부터가 민주당 중심의 통합전대 추진에만 매달렸다. 한미 FTA에 대해선 김진표 원내대표나 중도파 의원들이 들고 온 협상안마다 “무조건 반대”만 했다.
‘국회가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의지가 있긴 있는 것이냐’는 여론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