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도미노 양상을 보이면서 말로만 떠돌던 ‘유로존 붕괴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유로존 붕괴설의 구체적 발단은 역내 위기 수습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에서 불거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여당 기독민주당(CDU)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여러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일간 한델스블라트의 10일자 예고판에 이 같이 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방안은 회원국이 유로존 규정을 지키지 못하거나 규정 준수를 원치 않는 경우 EU 회원국 지위를 잃지 않고 유로존에서 자발적으로 탈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유로존이나 유럽연합(EU) 회원국은 탈퇴할 방법이 없다.
이 안은 CDU 내 위원회가 작성해 다음 주 당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 제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존 붕괴설은 작년 5월 그리스에서 비롯된 재정위기가 역내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점차 목소리가 커졌다.
우량회원과 부실회원이 한 지붕 아래에 묶여 있기보다는 합의이혼을 선택하는 게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로존은 부실국가가 자국이 가진 신용을 이용해 국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해 재정을 흥청망청 써도 결국 독일처럼 재정이 건전한 나라가 메워주야 하는 실정이다.
국채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7%를 훌쩍 넘어선 이탈리아의 경우, 국가 부채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제기구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일에도 이탈리아 채권을 사들이는 데 고군분투했지만 10년만기 국채 금리를 0.2%포인트 낮추는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역할은 구제금융이 결정된 나라를 도와주는 것으로 제한돼 있어 이탈리아는 능력 밖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원을 늘리거나 중국 등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안 역시 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사실상 물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