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실무진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최근 외교부 자체적으로 실시한 영어능력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거나 평가에 불응해 등급 자체를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5~7급 실무진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어능력 평가를 실시하고 자체 기준에 따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분류한 결과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거나 아예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미취득자를 합친 비율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3%에 달한다.
외교부의 영어능력평가는 5급 공무원 이하에게는 텝스(TEPS)로 4급 이상에게는 회화와 작문시험으로 이뤄진다. 5등급은 ‘문장구조와 어휘상의 잘못이 대화에 방해를 초래하거나 단어·철자의 오류가 빈번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반면 높은 등급을 받은 외국어 능력 우수자도 늘어 외교부 공무원간 외국어 능력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1~3등급을 받은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에 응시자의 8.9%에서 올해 상반기 14.3%로 늘어난 데 이어 이번에 17.3%를 기록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 같은 결과를 보고받고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적정 등급을 딸 때까지 해외공관에 못 나가도록 하는 방안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이 직원들의 영어 실력을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번역문에서만 300개에 가까운 오류가 발견돼 망신을 당한 것이 장관의 지시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