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구조조정 과정 거쳐야
브릭스(BRICs, 인도·브라질·러시아·중국)가 유럽에 대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 관리들이 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지원과 관련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투자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간접 지원을 역설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인도 국가기획위원회의 몬텍 싱 왈루왈리아 부위원장은 “IMF가 유럽 구제금융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면서 “우리는 IMF가 유럽을 지원하는 것을 확실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담당 보좌관(경제수석)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도 “러시아는 유럽연합(EU)과의 상호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IMF를 경유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지난주 “IMF를 통하지 않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대출은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릭스가 IMF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번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IMF의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신설이 심도 깊게 논의될 전망이다.
클라우스 레글링 EFSF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 일본을 방문했으나 별 다른 소득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왈루왈리아 부위원장은 “인도는 유로존 구제금융 관련 직접적 지원 요청을 아직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IMF가 제도적으로 항상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IMF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진국이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면 IMF로부터 직접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등 신흥국은 IMF가 이중 잣대를 지니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신흥국들이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는 IMF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견뎌야 했으나 유로존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IMF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
EFSF 투자 확대에 브릭스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유럽이 험한 길을 피하고 자금만 받으려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IMF의 정식 지원을 받는 대가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처음 받은 지난해 봄 이후 2년이 다 되도록 사태가 뚜렷하게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도 신흥국이 EU에 불신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