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함께하는 생활…“돈을 돌같이 보라”

입력 2011-11-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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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⑦횡령·비리 사고에 노출

안정적으로 돈을 관리하고 싶은 금융소비자들은 보통 은행으로 향한다. 내 집 장롱 속보다 안전하고 또 이자가 붙으니 조금이나마 돈을 불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믿음이 생명인 은행원들은 쉽게 횡령과 비리에 노출돼 있다. 은행 시스템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고객의 정보를 어려움 없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이다.

올해 여름, A은행 신모 대리는 170억원이 넘는 상품권을 빼돌리다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국민상품권 거래가 있었던 기업의 이름을 도용해 상품권 구매 서류를 작성했고, 각 영업점에가서 직접 상품권을 수령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한 곳의 공기업이 한번에 2000만원, 5000만원씩 상품권을 사들인 것처럼 문서를 위조한 뒤 상품권을 빼돌렸다. 웃지못할 사실은 은행 측이 범죄를 저지른 그 행원에게 판매실적이 좋다는 명목으로 인센티브까지 지불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B은행의 K지점장은 허위로 해외 자원개발 공시를 낸 후 투자받아 12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적발된 코스닥 기업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검찰 조사 중이라 최종 인사조치는 취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관련부서에 사소한 것에 연연해 하지 말고 인사조치를 취하라라고 했다”며 “이럴 때 일수록 은행입장에서는 단호한 입장이 필요한 것이 행여나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지키는 방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직원의 범죄로 인한 금융사고뿐만 아니라 경영진들의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가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고 건수보다 금융사고 금액 부분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업권별 사고 유형을 살펴본 결과 은행권의 사고금액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사고금액을 살펴보니 은행권이 3579억원, 비은행권 1920억원, 증권사 896억원 등 타업권보다 몇 배 차이가 났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은행권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에 ‘금융사고예방을 위한 10대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 안팎에서 가해지는 통제와 감시에도 은행원의 횡령을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은행 내부 사정과 고객의 사정을 잘 알다보니 ‘안걸리면 된다’‘한 번만’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기 때문이다.

C은행의 K부장은 “고객의 자산을 일대일로 관리해주다 보면 고객의 자금상태를 훤히 알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게 자금을 빼돌리는 경우가 있다”며 “평상시에 거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숨길 때까지 숨기다가 적발되곤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한동안 휴직을 했다가 다시 지점장 생활을 시작한 D은행의 Y지점장은 “대출하기 어려운 사업에 공동 사업자로 뛰어들면 대출심사 시 높은 점수를 주거나 향후에 커미션을 받는 케이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우에 따라 자금 관리를 못하는 은행원들의 생활방식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E은행의 K부부장은 “은행원들은 여러가지 복지혜택을 받기때문에 간혹 자기 돈을 모으는 것보다 주위의 정보에 투자를 잘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기 관리를 잘 할 것 같은 은행원들도 허점이 있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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