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부재·자력 한계·민주당의 경직화, 현 위기로 이어져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재등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선거 초반 10% 안팎의 격차는 중·후반 역전을 낳는 등 반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반격의 카드가 절실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처럼 박 후보가 궁지로 몰린 데는 무엇보다 ‘전략의 부재’가 손꼽힌다.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유권자들에 퍼져 있는 심판론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의 검증공세를 네거티브로 치부하다 뒤늦게 맞공세로 전환하면서 시민후보로서의 신선함이 희석됐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송호창 박원순 선대위 대변인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흑색선전에 똑같이 대하면 정치혐오만 심화시키기 때문에 피했던 건데,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정에 대한 심판론을 잘 부각시키지 못했다”며 “구도를 잘못 잡은 측면이 분명 있다”고 털어놨다.
다음이 ‘홀로서기의 한계’였다. 당초 5% 남짓의 박 후보는 안 교수의 전격 양보로 1강을 형성할 수 있었다. 민주당과의 단일후보 경선 흥행이 더해지면서 구도를 공고히 하는 듯 보였으나 이내 자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야권 유력 대권주자는 물론, 인터넷을 달군 ‘나꼼수’의 전폭적 지원에도 격차가 좁혀지자 박 후보는 유홍준·이외수·공지영·이창동·조국·문소리·이은미씨 등 화려한 진용을 갖춘 멘토단의 후방지원에 매달렸다. 안 교수의 지원은 반전된 흐름을 되돌릴 히든이었다.
문제는 이를 통해 승리를 거머쥔다 해도 자력은 극히 미약했다는, 안철수 아바타라는 지적에서 탈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데 있다.
‘민주당 하부 조직의 경직화’ 역시 박 후보를 위기로 몬 주요요인으로 분석된다. 손 대표는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흔쾌히 마음을 열고 돌아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역을 돌아봐도 운동원이 열의를 갖지 못하는 등 전체적 분위기가 냉랭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후보의 당선은 ‘통합과 혁신’으로 야권통합 주도권을 사실상 내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내년 총선에서의 상당한 출혈을 동반하기 때문에 현역 서울지역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지역구 출마자들의 소극적 지원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민주당의 핵심 조직기반인 호남향우회 역시 싸늘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외에도 TV토론에서의 열세, 캠프내 갈등 등이 맞물려 박 후보의 총체적 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4.27 강원도지사 선거와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듯 ‘선거는 흐름’이라는 점 역시 박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4년간 이어온 친이·친박 집안싸움을 끝내고 보수층의 대결집을 이끌어낸 한나라당에 맞설 유일한 카드는 현재로선 분명 ‘안철수’ 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