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철권통치 종식…반정부 봉기 8개월 만
리비아 과도정부는 23일(현지시간) 42년에 걸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압제에서 해방됐음을 공식 선포했다.
이는 지난 2월 중순 튀니지발‘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동부 벵가지에서 반 정부봉기가 시작된 지 8개월여 만이자 카다피 사후 사흘 만이다.
과도정부를 대표하는 국가과도위원회(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리비아 전역이 해방됐다고 정식으로 선언했다.
잘릴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새 리비아는 이슬람 국가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토대로 입법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에 반하는 어떤 현행법도 법적으로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희생자와 시민, 병사들이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며 반정부 봉기를 지원한 아랍연맹과 유엔(UN), 유럽연합(EU) 등에 사의를 표했다.
해방 선포식은 수 천명의 리비아인이 카다피 집권 전에 사용되던 삼색의 리비아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가운데 이날 오후 4시 30분께 벵가지 키쉬광장에서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카다피의 사망 경위와 시신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과 비판, 수 차례에 걸친 해방 선포 일정 연기 등으로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정부는 지난 20일 카다피가 시르테에서 사망한 다음 날 21일 해방을 공식 선포하려다가 두 차례에 걸쳐 일정을 연기했다.
NTC는 이날 해방 선언을 계기로 본거지를 벵가지에서 수도 트리폴리로 옮기고 30일 이내에 임시정부를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NTC의 2인자인 마무드 지브릴 총리는 조만간 공식 직위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알리 타르후니 석유·재무장관에게 자신의 자리를 맡아주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처참한 모습으로 미스라타의 한 쇼핑센터 냉동창고에서 일반에 공개된 카다피의 시신은 출신 부족인 시르테의 카다파 부족에게 넘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라타 출신의 NTC 병사 알리 가우트는 이날 오후 카다피의 시신이 보관된 쇼핑센터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카다피의 시신이 시르테에 있는 카다피의 출신 부족인 카다파 부족에게 인계될 것이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메드 지브릴 NTC 외무부 대변인은 “카다피의 직계 가족이 리비아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친척들에게 시신을 인도하기로 했다”며 “매장지는 NTC와 협의해 친척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신이 카다파 부족에게 인계되면 카다피의 시신은 고향 시르테에 묻힐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 시신 보관을 책임지는 압두 살람 알레와 사령관은 “보안을 위해 카다피의 시신 처리 방법과 장소, 시간 등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전자(DNA) 정보를 채취하고 부검하는 한편 리비아 국민과 언론에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48시간내에 매장해야 한다는 이슬람 율법을 카다피에게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다피 시신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진행된 부검을 위해 미스라타의 한 시신 안치소로 옮겨졌다가 다시 쇼핑센터로 돌아왔다.
부검에 참여한 수석 법의학자 오트만 알 진타니 박사는 “부검 결과 머리 부분 총상이 사망의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필립 하몬드 신임 영국 국방장관은 “리비아 과도정부의 대외적 명성이 훼손됐다”며 카다피를 생포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그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이제 갓 태동한 리비아 과도정부는 카다피 사망으로 말미암아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명성이 훼손됐음을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았던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