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장 대표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엇갈린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장 대표와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 동문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는 달랐지만 이후 동원증권에서 1987년께 다시 만나 약 10년간 업계에서 함께 근무했다. 당시 두 사람은 각각 주식브로커와 펀드매니저로 다른 분야에서 일했지만 라이벌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34년 후 이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한 사람은 ‘검찰 수사’, 다른 한사람은 ‘신흥재벌’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이다.
장 대표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요구에 따라 유상증자를 시도할 때 누적된 금융 비리로 자금난을 겪고 있음을 알고도 삼성꿈장학재단과 학교법인 포항공대(포스텍)에 투자를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은 각각 500억원씩 투자했다가 전액을 날렸고, 이들은 부실위험을 알고도 허위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권유했다며 장 대표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비록 지난 14일 검찰이 투자자에게 허의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청구한 장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지만 검찰은 상당부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그의 펀드매니저로서의 28년 명성이 한 순간에 추락했다.
반면 지난 10일 박 회장은 한국의 10대 부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개인재산 2조4683억원으로 재벌닷컴에서 발표한 ‘한국의 10대 재벌’ 6위를 차지했다. 특히 재벌 가문 출신의 독무대에 자수성가형 인물이 합류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불과 하루사이에 이들의 운명이 엇갈린 셈이다.
장 대표와 박 회장은 증권업계의 산 증인으로 증권맨들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개관사정(蓋棺事定)’, 사람의 일이란 관 뚜껑을 덮기 전까지 함부로 결론내릴 수 없는 법이다. 이들의 엇갈린 인연을 보며 중국 시인 두보가 지은 ‘군불견(君不見)’의 아 시 구절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