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0% 목표…“대출 심사땐 '새가슴'되죠”

입력 2011-10-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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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③돌다리도 다시 한번…

은행원은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오류는 0%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고객의 거래 금액 뒷 자리에 숫자 ‘0’ 한 개가 더해지고 빠지는 순간 상황은 단어 그대로 복잡해진다.

더욱이 돈을 빌려주는 대출업무를 진행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신용을 갖췄는지, 담보는 믿을만한건지 등 따지는 것도 한 둘이 아니다.

기업은행 H 부장. 지금은 본부에서 근무하지만 지점장 생활 시절 대출자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고 한다.

한 번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제조업체 사장이 대출을 신청하러 왔다고 했다. 당시 사장은 밀려오는 업체 주문량 때문에 업무량이 많아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고 회사 경영 상황을 설명했다. 사업이 탄력받을 때 사세를 확장하고자 하는 게 대출 신청의 이유.

사장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후 H부장은 상담이 있었던 그 주 토요일에 해당 업체를 몰래 찾아갔다. 밤 11시가 다된 시각이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사장 말처럼 연휴 근무, 야간 업무가 진행되는지 파악에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공장 문은 잠겨 있었고 사장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영업점에 근무중인 국민은행 Y지점장. 오랜만에 영업점에 복귀한 그 역시도 대출업무는 조심스러운 분야다.

Y지점장은 “원론적인 얘기라고들 하지만 잘못된 곳에 돈을 빌려줘서 정말 필요한 사람을 못도와주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신중해진다”고 말했다.

Y지점장은 최근 굴뚝산업이라 불리우는 제조업체의 대출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흔하지 않은 경우인데 90세가 넘는 명예회장이 회사에 자리하고 있을 만큼 역사를 내세우고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것을 알지만 Y지점장은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 조사, 방문심사, 실제 거래 내역 확인 등 자격 요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 담보가 100억원짜리라고 해도 30억~40억원 정도 대출해주는 분위기”라며 “대출금액이 크지 않다고 해도 회사가 제출한 재무제표만 대출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말했다.

돈이 오가는 금융업의 특성상 은행원들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하나씩 검토해보던 습관이 어느 순간 은행원을 ‘보수적인’ 직업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영업점 생활을 하다 올해 본부에 들어온 우리은행 L부장은 은행원에 대한 고객들의 선입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L부장은 “신사업에 대해 은행직원 입장에서 경험이 많으니깐 조언을 해주려고 해도 고객들은 ‘이자만 받아 먹겠지’,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을거다’라는 식의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지점장이 은행을 대표해 고객들을 만나지만 은행원은 답답하다는 생각에 오픈을 잘 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수 백조가 오가는 은행. 그리고 돈을 만지는 '새가슴' 은행원. 이들이 돈을 손에 쥐고 있는 이상 보수적인 성향은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경제난 속에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서민들에 대한 관심도 꼼꼼해 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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