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특별기고]잡스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자

입력 2011-10-1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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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아니, 잡스는 사람들에게 IT세상을 열어주고, 정작 본인은 그 세계에서 로그오프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상전벽해라 했던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다른 사람과 슬픔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잡스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몸소 느끼고 있다. 잡스가 변화시킨 세상을 보면서 새삼 놀라면서도 그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언젠가 국내 대기업 회장님이 천재경영론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논리의 핵심은 탁월하고 우수한 천재적 개인 한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잡스가 천재인지 판단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잡스의 사례를 보면 특정 개인 한명이 10만 명이 아니라 그 이상을 먹여 살릴 수도 있고, 나아가 인류 전체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잡스는 1970년대에 인류에게 PC라는 다른 세상을 선사했다. 30년 후 그는 스스로 그가 만든 세상을 파괴하고, 아이폰이라는 또 다른 세상을 창조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창조적 파괴자, 혹은 혁신의 아이콘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도 잡스와 같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ㆍ재정적 지원노력을 기울여 왔다.

내년 정부예산안을 보더라도 국가 R&D사업예산은 올해보다 7.3% 증가한 15조 9천억원이 배정되어 있다. R&D 전체에 대한 지속적인 예산증액은 물론 제도적 차원에서 벤처기업에 대해 대학 내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파격적인 세제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정부차원의 노력과 동시에 최근에는 그동안 주춤하였던 신규 벤처투자가 대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창업투자회사의 신규 벤처투자 실적은 326개사, 6,89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6% 이상 증가하면서 관련업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 혁신형 IT중소기업은 우리나라의 직접 금융시장의 발달이 미흡하고, 과도한 대출 부담으로 벤처기업들은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복지에 대한 논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벤처육성과 같은 미래성장 동력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고학력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창의적 인재육성의 적기이며, 큰 의미에서 복지의 한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정책적ㆍ제도적 개선노력과 함께 사회적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본다. 잡스는 태어나자마자 노동자 가정에 입양되었고, 돈이 없어 대학을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만약 잡스가 학력과 인맥, 가족력을 중요시하는 한국에 살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룩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실력보다는 조건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창조적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잡스가 창업초기 잇단 신제품의 실패로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역경을 겪었지만, 그는 차분히 미래를 준비했다. 그리고 12년 뒤 애플에 복귀하여 신화 같은 성공을 이룩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벤처산업이 붕괴되면서 많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떠나야만 했다. 제도적으로 준비가 덜 된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사회는 그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몇 번이 시행착오가 곧 인생의 실패로 이어지는 척박한 사회적 토양에서 창의적ㆍ혁신적 인재는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적 선도 기업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가면서 압축성장하는 추격자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추격자 전략만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과감한 투자와 사회적 분위기 쇄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자를 맞이할 마중물을 마련해둬야 한다.

/ 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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