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각각의 브랜드 특성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양산 대신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반면 기아차는 올 연말 선보일 경형 CUV(프로젝트명 TAM)에 전기차 버전을 추가해 일반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19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특성화 방안을 앞세워 향후 양산차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부회장은 “TAM은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첫 전기차”라고 말하고 “연 2000대 판매가 목표이며, 수출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양 부회장은 “전기차의 경우 닛산(리프)이 가장 앞서 있지만 배터리 기술이 한계에 이르렀고, 인프라 구축 등 산재한 과제가 많다”며 전기차가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자동차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지난해 유럽전략형 소형차 i20을 바탕으로 순수 전기차 ‘블루온’을 개발해 선보였다. 블루온은 일부 정부 부처에 전달돼 시범적으로 운영됐지만 기아차가 선보일 TAM은 일반 가솔린 모델과 함께 전기차 버전을 추가해 일반판매될 계획이다.
양 부회장은 “수소연료전지차는 독일 벤츠가 앞서 있지만 현대차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현대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기아차는 전기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투싼과 투싼ix를 바탕으로 연료전지차(F-CEL) 개발에 적극 나서오기도 했다.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전략은 향후 두 브랜드 간의 차별화를 더욱 공고히하고 각각의 브랜드 특성을 차별화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향후 현대차는 ‘니어 럭셔리’를 바탕으로 한 고급차와 하이브리드 전략을 앞세우고 기아차는 젊은층을 겨냥한 ‘스포티’와 실험정신 등을 앞세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최근 앞다퉈 계열사 간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일본 내수시장에 도요타와 겹치는 렉서스를 출시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친환경차의 경우 이같은 차별화가 더욱 뚜렷하다. 독일 BMW는 전기차 전용 i브랜드를 출범시켰고 닛산의 전기차는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 대신 닛산 브랜드에만 출시했다.
국내 완성차업계 연구개발 관계자는 “순수전기차의 경우 기술력의 한계 탓에 경차 및 소형차를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고 이 크기를 넘어서면 항속거리와 최고속도 등이 불리해 양산할 수 없다”고 말하고 “현대차 라인업에는 현재 전기차를 양산할 만한 소형 ‘테스트 베드(양산을 앞둔 시험차)’가 없는 상황이어서 전기차는 오히려 기아차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