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불량국 퇴출 가능성

입력 2011-09-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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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로존 붕괴 직전 위험...최악 피하는 방법"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재정불량국가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기준과 의무사항들을 어기는 회원국은 유로존을 떠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상황이 계속 여의치 않으면 그리스를 축출하자는 제안이다.

그리스 지원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유로존 시민 중 상당수가 이에 동조하고 있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그리스가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것이며,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도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해오며 뤼테 총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EU 관리들 가운데 일부도 "유로존이 붕괴 직전의 위험에 처해 최악을 피하는 방법"이라며 뤼테 총리의 발언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재정 불량국가들을 분리해 '유로존 2부 리그'를 만들자는 주장도 다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뤼테 총리 제안에 대한 입장을 기자들이 질문하자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은 고려 대상도 아니고 일어날 수도 없는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고 답했다.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실의 아마데우 알타파지 대변인은 "리스본 조약에는 유럽 경제통화동맹(EMU) 가입하면 취소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자진 탈퇴나 강제 퇴출 모두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은 '자유롭게 드나드는 카페'가 아니라는 것이다.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U)은 지난 2009년 낸 연구 보고서에서 "특정 국가를 EU나 EMU에서 퇴출시키는 일은 개념적, 법적, 실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개연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결론내렸다. 다른 회원국들이 모두 퇴출에 찬성하더라도 그리스가 원하지 않는 이상 쫓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가 자진 탈퇴하거나 다른 회원국들이 종용하는 방안은 가능하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가 올해 민영화를 통해 50억유로를 조달하는 등의 의무를 달성하지 못하면 더이상 지원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해 드라크마화를 다시 도입해 경기를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를 택할 경우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이른바 개혁을 이행하는 것 이상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

유로존과 EU 역시 통화동맹의 실패에 따른 패배감과 시장의 불신으로 결국 유로존 해체로 치닫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선언되면 유럽의 수많은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실질 가격은 50% 이상 폴락하게 되고 이로 인한 파문은 세계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게 된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기자들에게 "설령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킬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더 엄청난 사안인 이탈리아 국채 문제를 해결하거나 유로존 채무위기 자체의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내의 재정과 통화의 상호 의존성이 매우 커 한 회원국의 문제가 다른 회원국들에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재정불량국가의 EU탈퇴는 쉽지 않다.

EU는 결국 규정 위반 국가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약속 이행을 다시 확약받는 선에서 추가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그리스 등 재정불안국가들을 떠안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유럽 언론이 분석했다.

네덜란드 언론은 뤼테 총리가 제시한 "EU에 재정 관리 담당 집행위원을 신설해 과다 부채 국가를 특별 관리하고, 해당 국가 정부의 예산 집행권을 박탈해 귀속시키자"는 방안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뤼테 총리는 파산신청을 한 회사를 법원이 관리하듯이 EU집행위가 과다 부채국의 예산 운영에 직접 개입하고 부채와 적자 감축 조치가 불충분하면 예산 삭감이나 세금 인상 명령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U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을 경계해온 각 회원국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한 나라의 경제주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뤼테 총리의 제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

반면 독일 등 재정우량국가 정부들이 그리스 등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자국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독일과 핀란드 등은 뤼테 총리의 방안에 즉각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얀 케이스 데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이에 힙입어 유로존의 또다른 강대국인 프랑스를 설득해 이를 수용토록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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