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돌 맞은 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후발주자로 금융권에 뒤늦게 입문한 후 명실공히 ‘리딩뱅크’명성을 얻는데 성공했다. 최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의무와 지난해 최고경영진들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신한사태’로 어스러진 조직을 다잡는 것이 신한의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 ‘1년전 오늘’ 위기 직면하다
지난해 9월 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 전 사장이 창립 9주년 기념식에서 “신한WAY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의 불씨를 다시 지펴 나가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한 바로 다음 날이었기에 충격은 배로 다가왔다. 금융권 조직문화의 표본으로 불려졌던 ‘신한DNA’가 하루 아침에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 일로 신 전 사장을 비롯한 ‘최장수 CEO’였던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은 불명예 퇴진을 했고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도 ‘장(長)’의 옷을 벗게 됐다.
‘정치권의 개입’, ‘라 전 회장의 신 전 사장 견제’ 등 무수한 루머를 뒤로 하고 신한금융은 CEO 공백이라는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신한사태가 있기 전 맡은 업무가 조직을 위한다는 것에 의심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경영진들이 유리한 쪽으로 업무를 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최근에 만난 한 신한지주 내 직원의 고민에서 신한사태 여파를 가늠하기 충분하다.
신한사태는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시간 부족과 재판 중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신한사태 관련 징계 최종 결정을 당초 지난달 25일에서 오는 8일로 연기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사태는 신한지주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주는 충격이 컸다”며 “최근 CEO승계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섰지만 신한사태는 신한지주에게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됐다”고 말했다.
◇ ‘10년 전’처럼 재도약 시동
신한지주는 ‘신한사태’라는 먼지를 털고 10년 전 처럼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2조원에 달하는 순익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CEO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CEO경영승계프로세스’도 구축했다. 안정된 경영과 조직문화 재정비를 내세웠던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의 리더십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에 금융권에서도 신한지주가 신한사태 그늘에서 벗어나 금융권 리딩뱅크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신한지주는 과거에 카드, 은행 M&A를 통해 다른 은행들모다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해 왔다”며 “상호견제를 통한 CEO리스크 방지, 국내 시장한계를 극복한다면 금융권 선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EO승계프로세스의 정착화가 중요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신한지주는 그룹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11명으로 구성된 ‘그룹경영회의’와 한 회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4~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CEO승계라는 인사는 곧 조직문화이므로 많은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룰을 만들어 놓으면 투명하겠지만 경직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CEO자격에 대해 좀 더 명시될 필요가 있다”며 “CEO가 단시간에 양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외부에서 데려 올 것이 아니라면 조직내 직원들에게 CEO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