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철학도 없이 즉흥적인 편집으로 짜 맞춘 막장 드라마였다.
통신산업을 규제하고 진흥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승자도 패자도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는 사상 첫 주파수 경매 결과를 놓고 책임 공방에 휩싸였다.
KT와 SK텔레콤간의 피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던 주파수 경매가 9일만인 29일 종료됐다.
주파수 경매제는 긴 진통 끝에 올해 처음으로 도입됐으나 시장경쟁을 통한 공공자원의 효율적 할당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커녕 업체간 출혈경쟁을 조장하고 과도하게 낙찰가를 부풀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시작부터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방통위가 경쟁수요가 있는 주파수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도입한 경매제를 시행하면서 정작 경쟁수요가 가장 높은 황금주파수(2.1GHz) 경매에 KT와 SK텔레콤을 배제해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그 결과 KT와 SK텔레콤은 또 다른 황금주파수 1.8GHz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 했으며 결사항전의 의지로 무한베팅을 서심치 않았다.
경매제도를 처음 도입하면서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많다. 동시오름식입찰로 진행된 이번 경매에는 주파수 대역별 최저입찰가와 입찰증분 정도만 정해져 있을 뿐 가격상승에 대한 그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다.
세간의 예측대로 경매가 과열되자 입찰가는 속수무책으로 치솟았고 1주일 만에 최저입찰가의 2배를 넘어 1조원에 육박했지만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업계는 주파수 경매 실시이전부터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지만 방콩위를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아무리 과열 양상을 띄더라도 8000억원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방통위의 '뒷북정책'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가용주파수 자원의 종류와 규모, 그리고 활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요구할 때 마다 내어주는 형태인 주파수 자원 운용이 이번 경매를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0년 이상 단위의 주파수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방송용, 이동통신용 등 목적에 따라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선진국과 크게 대비된다.
이동통신신사의 낙찰가 부담은 투자위축과 통신요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 정보기술(IT)산업 전반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정부만 배 불리는 주파수 경매라는 오명은 이번 한번으로 끝나야 한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어렵게 빛을 본 주파수 경매 정책이 진정한 IT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주파수 경매제도를 재검토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