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백화점 등 유통 수수료 인하폭까지 제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해 납품업체로 부터 받는 판매수수료가 너무 높다며 수수료 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어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공생발전’의 후속 조치로 공정위가 유통업계에 대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 하병호 현대백화점 대표,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들과의 조찬모임에서 백화점들이 입점업체들한테서 받는 수수료가 너무 높으니‘공생 발전’ 차원에서 수수료를 낮춰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공정위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업체들의 경우 판매 수수료를 5%포인트 이상 내리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지난 18일에도 대형마트 3개사 부사장과 5개 TV홈쇼핑 업체 대표들과 만나 판매수수료 혹은 판매장려금을 인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체로 부터 판매 촉진 인센티브 명목으로 상품매입액의 일정비율을 판매장려금으로 받고 있는데, 공정위는 이를 일종의 수수료로 판단한 것이다.
4% 이하의 판매장려금을 내는 업체의 경우 판매장려금을 면제해 주고, 4% 이상을 내는 업체는 4%포인트를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안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정위가 유통업계 대표들에게 직접 수수료를 얼마 만큼 내리라고 권고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공정위는 백화점 3개사와 홈쇼핑 5개사가 입점업체와 납품업체로 부터 평균 30% 안팎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6월에 발표했다.
또 대형마트의 경우 납품업체로 부터 받는 판매장려금이 제품군별로 상품매입액의 약 3~10%인 것으로 공개됐다. 유통업계에서 판매 수수료는 유통회사와 납품회사의 이익 규모를 결정짓는‘제로섬(zero-sum) 게임’의 핵심이다. 수수료를 낮추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덜어지지만 유통사들은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현재 유통업계의 영업이익률은 6~7%다.
공정위는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1000억원대의 수수료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구상중이다. 이 같은 조치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 간 간담회를 전후해 ‘공생 발전’의 사례로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통사들은 공정위가 수수료 인하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압박하는 것에 대해 너무 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수수료는 입점업체들의 프로모션 비용, 점포 관리비, 경영 자문·용역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며 “폭리를 취하고 있는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들은 마진 동결,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판매목표를 초과달성할 경우 유통마진을 낮춰주는 것) 도입 등으로 입점업체의 마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찬 모임을 갑자기 추진한게 아니라 상반기 치러진 유통업계 대표 간담회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자리”라며 “6월 말 백화점 수수료 공개 이후에도 입점업체의 불만이 많아 이를 해당 업체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