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난과 자연재해 등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아지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인 4.0%를 넘어설 것이라는 견해도 함께 힘을 얻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에 휩사이자 이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최근 급변하는 금융시장 상황, 대내적 상황을 고려해 금통위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되면서 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져 한은의 올해 물가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경제전망 수정치’를 통해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이자 중기 물가안정목표(3%±1.0%포인트)의 상단인 4.0%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작년동기보다 6.5%가 올라 지난 4월의 6.8%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대부분 반영되고 있어 지난달까지 7개월째 4%대를 유지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4.4%를 기록하고 있어 연평균 4.0% 이내로 유지하려면 8월 이후 5개월간 평균이 3.7%를 넘지 않아야 하지만 현 추세를 감안할 때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추석물가와 서비스 요금 인상을 고려하면 하락요인보다 상승요인이 더 많기 때문에 8, 9월은 4%대 중반의 상승률을 나타낼 수 있어 한은의 연간 물가전망 4.0%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한은이 금융시장 불안 해소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기준금리 정상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우 급하게 돌아가면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물가가 심각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