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0곳 전체 생산의 43% 차지…중소업체 위한 기술·인력지원 절실
최근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연간 약 12%의 급성장세를 보이며 미래 성장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상위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고착화 돼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균형 발전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상위 몇몇 업체에 의해 독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를 분석한 결과, 국내 의료기기 전체 생산업체(1857개)의 1.61%에 해당하는 상위 30개 업체가 전체 생산규모의 43.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업체 역시 전체 1496개사의 2%인 상위 30개 업체가 수입규모의 57.6%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업체별로는 삼성메디슨이 초음파영상진단장치의 생산과 수출실적에서 모두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막대한 자금력과 연구인력을 갖춘 삼성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의료 사업 육성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 대기업에 의한 의료기기 시장 선점은 가속화되리라는 게 분석이 솔솔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은 올해 초 메디슨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초음파·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스캐너 등의 의료 장비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로벌 거대 의료기기 업체 제품의 국내시장 잠식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의 경우 글로벌 기업인 독일 지멘스가 1억 4660만달러로 전년대비 55.33% 급증하면서 수입실적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 2009년 1위인 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억1762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이같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중소 의료기기 업체에 대한 기술개발과 인적자원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 중 80%가 매출 10억원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어서 기술 혁신의 의지가 부족하고 해외 신시장 개척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지원, 의료기기 설계, 시험인증, 마케팅의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