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용 자본 확충 돌입…M&A엔 회의적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춰라’
증권사들이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으로 나가기 위해 자본확충에 본격 착수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증권사 간 합병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은 합병보다는 자체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증권사들은 내부유보금을 활용해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삼성·현대·우리투자·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4000억~2조8000억원에 달해 2000억~6000억원 정도만 충원하면 금융당국이 정한 기준을 충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자기자본 규모가 2조6000억원, 지난해 2조8000억원을 기록해 한 회계연도 당 2000억원씩 자본 규모가 늘고 있어 잉여 자금 유보를 통해 무난하게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도 내부유보금을 활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자기자본이 턱 없이 부족한 대형증권사들은 뽀족한 자본 확충방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자본금 1조9288억원), 미래에셋증권(1조8893억원), 대신증권(1조7081억원), 하나대투증권(1조5107억원), 동양종금증권(1조3788억원) 등은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증권사간 M&A를 통해 IB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역량 있게 하려면 자기자본 규모가 커야 한다. 선두 증권사 간 합병이 바람직하다"며 "금융위가 국내외 경쟁의 제도적인 틀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대형 증권사간 M&A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미온적인 반응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증권사간 M&A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금융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간 M&A의 경우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자발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전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대부분 오너 지분이 확고한 상황인데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되고 있는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대우증권의 경우 산업은행 민영화가 여부가 불투명하며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 일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합병 대상에 오르기 어렵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프라임브로커 시장 진출 여부가 향후 증권사간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라임브로커 시장 진출 대한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금융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M&A를 통한 요건 충족은 현실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투자은행(IB) =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은 주식,채권 등의 증권 발행,인수,중개,기업금융과 인수·합병(M&A) 자문 등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일반적인 상업은행(CB: Commercial Bank)이 전통적인 예금·대출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면 IB는 위험을 평가,인수,중개,헤지,상품화하는 위험관리 전문 금융기관이다. 국내 증권회사는 위탁매매,중개 영업에 치중하면서 기업공개(IPO)나 M&A 중개 등 전통적인 IB 업무에 진입한 단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