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일본’ 세계 시장서 입지 좁아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주요 상품 및 서비스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중국·한국 기업에 밀려 일본 기업들의 점유율 순위가 떨어진 품목이 늘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32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일본 기업들은 2009년보다 1개 많은 10품목에서 1위를 지켰지만 이 가운데 6품목의 점유율이 줄었다. 상위 5위 안에 든 일본 기업도 전년의 52사에서 50사로 줄었다.
반면 중국은 10사에서 14사로, 한국은 18사에서 19사로 각각 늘었다.
신문은 엔화 강세 부담과 신흥시장 진출이 늦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87엔으로 사상 최초로 80엔대에 진입,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일본 기업들은 특히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서 맥을 못췄다.
유기 EL에서는 한국 기업이 점유율을 80% 가까이 늘리면서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유기 EL 패널에서 전년보다 10%포인트 이상 점유율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스마트폰에 유기 EL 패널을 채용, 공격적인 투자로 생산량을 급속히 늘린 영향이다.
일본에서는 3위인 파이오니아와 4위인 TDK의 점유율이 각각 2%포인트씩 빠졌다.
시장 개척에 뒤처진 것이 부진 요인으로 지적됐다.
잉크젯 프린터에서는 1위인 미국 휴렛패커드가 2%포인트 이상 점유율을 늘린 반면 캐논은 1.1%포인트 감소했다.
DRAM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늘렸고, 3위인 엘피다메모리(-1.2%포인트)는 PC용 D램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고전했다.
LCD 화면의 백라이트 등에 사용하는 백색 LED에서 일본 선두를 지켰던 니치아화학공업은 원화 약세에 힘입은 한국 기업들에 맥을 못 췄다.
컴퓨터 단층촬영장치(CT)에서는 5위 히타치메디코의 점유율은 1.4%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 등 미국·유럽 기업들의 적극적인 확대 전략에 밀린 형국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점유율이 0.6% 줄었다.
대규모 리콜 여파에다 확대하는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의 맹추격에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다관절 로봇에서 파낙의 점유율은 4.5%포인트 낮아졌고, 그 자리를 한국 기업이 대신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도슈 이쓰키 수석 연구원은 “일본은 기술이나 부가가치에 치우친 결과, 최고급 소재의 우위성을 하위 제품에 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신흥국이나 성장 시장에 대한 대응이 향후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문은 내년에는 스마트미터(차세계 전력계) 시장 등 차세대 전력망 관련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