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제의 거부 ‘블록버스터’ 키워
미래 성장동력으로서‘R&D 기술 보유’의 중요성은 제약업계에서 늘상 강조되어 온 얘기다. 하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종근당은 먼 미래를 내다 본 과감한‘선택’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한 일화를 갖고 있다.
종근당은 5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1995년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A(성분명)’의 원료에서 완제품 생산까지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한다. 2년 후엔 ‘사이폴엔’이란 제품으로 출시된다.
사이폴엔은 1993년 내놓았던 사이폴을 ‘마이크로 에멀전 기술’로 개선한 신제품이었다. ‘마이크로 에멀전 기술’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주성분을 계면활성제 및 오일에 녹이고 여기에 물을 가해 주성분이 녹아 있는 오일층을 미세입자 크기로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1997년 당시 종근당은 다국적 제약기업 노바티스로부터 기술이전 제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마이크로에멀전 기술을 이용한 사이폴엔을 출시했다. 당시 한미약품은 노바티스에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이전한 터였다. 이에 반해 종근당은 IMF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웠음에도 노바티스 제안에 장기 전략으로 대처한 것이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무려 5년간 진행된 노바티스와의 특허 소송도 이겨냈다. 노바티스는 1999년 면역억제제 네오랄(성분 사이클로스포린) 제조 기술과 관련된 3건의 특허를 종근당이 사이폴엔이 침해했다며 서울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종근당은 노바티스가 사용하는 용매(에탄올과 프로필렌글리콜)와 종근당이 사용하는 용매(프로필렌 카보네이트와 폴록사머)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 결국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특허 소송에서 승소한 2004년 사이폴엔은 종근당의 블록버스터 리스트에 추가됐다.
이후 장기이식 환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약품이 되었고 2004년~2010년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로 성장해 종근당의 효자품목으로 자리잡았다. 노바티스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안목이 이끌어낸 ‘값진 선택’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