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맡으려 출혈경쟁…기업은 툭하면 주관사 교체
기업공개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한 증권사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경쟁 과열로 IPO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통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37개사이며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곳만 9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IPO에 성공한 회사가 96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건수로는 지난해를 실적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증시 입성을 희망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IPO를 주관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도 치열함을 더해가면서 증권사간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모 증권사의 IPO업무 총괄 팀장은 “최근 기업공개에 나서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주관사 계약을 맺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증권사들끼리 계약을 뺏고 뺏기는 일도 종종 발생해 기업공개 시장에서 상도의가 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주관사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주관사 선정의 결정권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을 설득하면 타사의 주관사 계약을 빼앗아 오는 것이 어렵지 않다.
현재 규정상 기존 주관사의 동의나 기타 절차 없이 금융투자협회에 주관사 변경 사실을 통보하면 된다.
상장심사 청구전 주관사와 일정 기간 동안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 상장심사 청구 직전 주관사를 바꾸는 사례도 있다.
다른 증권사의 기업공개 관계자는 “2년여 동안 상장 준비를 함께 했었던 회사가 상장심사 청구를 앞두고 당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주관사 계약 해지를 통보한 적이 있다”며 “나중에 보니 우리보다 비용을 적게 제시한 증권사를 통해 상장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주관사가 바뀌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모가 산정 등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다.
또 상장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이유가 된다. 기업공개 업무를 도와주던 증권사 직원이 이직한 증권사로 주관사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상장심사에 통과하지 못했거나 기타의 이유로 주관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느낄 때 주관사를 바꾸기도 한다.
기업공개 준비단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게 있다면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주관사를 바꿀 수 있는 셈이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공개 준비단계에서 증권사가 지출하는 비용이 크지 않아 주관사 선정 및 변경 등과 관련된 규정에 대해 크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주관사 계약 해지 시 동의를 얻게 하거나 주관사 변경 후 일정기간을 경과한 후에 상장 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규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