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핵심서비스 단말기 기본탑재 늘어나...개인개발자 판로막혀 '한숨'
#갤럭시S 2를 구입한 회사원 신미경씨(31)는 ‘벨링’에 접속해 인기드라마 주제곡으로 휴대폰 벨소리를 바꿨다. 이동 중에 심심할 때는 ‘올레e북’을 실행해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고, 업무상 중요한 거래처 정보가 많은 신씨는 ‘올레메모리’로 주소록을 백업해 둔다. 안드로이드마켓에서 다른 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 있지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앱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손이 가지 않는다.
이통사들은 가입자들을 위한 고객서비스 차원이라는 주장이지만 서드파티 개발자들의 한숨은 깊어 지고 있다. 이통사들이 핵심 서비스를 단말기에 기본탑재하는 ‘프리로드’에 주력하면서 개인 개발자들이 설 자리를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3사(삼성, LG, 팬택)의 스마트폰에는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여의 이통사 서비스 앱들이 기본탑재돼 판매되고 있다. 종류도 벨소리, 고객센터, 메신저, 내비게이션, 모바일결제 서비스 등으로 다양하다. 이통사들은 카카오톡 등 신생벤처의 걸출한 서비스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앱스토어에서의 경쟁이 치열해 지자 프리로드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속내다.
지난 달 초 삼성전자는 갤럭시S 2(KT모델)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개통초기 물량의 버그를 수정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이번 펌웨어는 올레링투유, 올레e북 등 7개의 KT 서비스가 함께 설치되도록 했다. 심지어 이들 앱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삭제가 불가능한 저장공간 롬(ROM)에 설치돼 물의를 빚었다.
이에 KT관계자는 “해당 앱들은 갤럭시S 2 출시 전부터 프리로드될 예정이었으나 출시일정을 당기는 바람에 이번 펌웨어를 통해 제공하게 된 것”이라며, “서비스 앱 프리로드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것으로 설치경로를 제공하는 것뿐 원치 않으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단말기 프리로드는 제조사와의 긴밀한 협의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이통사 정도의 규모와 자본력이 없으면 불가능 하다. 소비자들도 갖춰진 메뉴가 풍부한 데 굳이 앱스토어에서 찾아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에 앱개발자들은 이통사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서비스 API(응용프로그램개발도구)를 공개하고, 개발자센터를 운영하고 해외진출을 돕는 등 각종 서드파티 개발자들을 돕는다는 명목의 지원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정작 판로를 차단해 개발자들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들 대부분이 일반휴대폰에서 넘어온 경우로 이동통신사 부가서비스에 익숙하다"면서, "단말기 프리로드는 일반휴대폰 환경에서의 이통사 유료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옮겨오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개인 개발자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